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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영문학 기행] 출발, 영국-아일랜드 잇는 여정의 시작점에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기자입력 : 2018.07.10 08:40:43 | 수정 : 2018.07.23 02:35:40

글·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평가수석위원

◇ 필자 양기화의 약력과 여정에 담긴 의미

필자 양기화는 1954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나 군산고등학교를 거쳐 1979년 가톨릭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임상병리학을 전공했고, 1984 가톨릭의대 임상병리학 전임강사, 동 대학 조교수,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를 지냈다. 

2000년에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원 일반독성부장을, 2005년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올 초에는 평가수석위원의 자리에 올랐다

‘여행이 내가 모르는 도시나 나라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파리 8대학 불문학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인 피에르 바야르 교수는 2012년 펴낸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이란 책에서 어떤 곳에 대해 얘기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한다.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지다보면, 발견하고자 하는 장소에 대한 완벽한 답을 구할 수 있으니 바야르 교수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면 여행지에 직접 가보는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관심사가 많아지는 것 같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닐 게다.

쿠키뉴스 독자들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필자의 여행기는 여행지에서 느낀 감상으로 채우기보다는 여행지와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최소한의 것들을 담아내려고 한다. 역사와 문학 등 필자의 힘이 닿은 데까지 찾아 읽은 자료를 더하는 것이다. 

지나치면 오히려 읽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해보겠다. 인문학을 더한 이 여행기는 같이 여행하는 아내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의 의미도 있다. 더해서 먼 훗날 나이가 더 들어 기동이 어렵게 되면 그동안 써둔 여행기들을 꺼내 읽으면서 추억을 되살려볼 생각도 한다. 와유록(臥遊錄) 삼아 읽을 그때를 대비해 여행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 본격적인 여정에 앞선 사전지식

여행의 주제를 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실은 여행기를 쓸 때가 되어 생각하는 노릇이니 견강부회하는 셈이다. 롯데관광에서 내놓은 이 여행의 주제는 ‘셰익스피어에게 여행을 묻다’였다. 제목은 그랬지만, 그의 생가가 있는 스트래트포드 어폰 에이번을 방문하는 것 말고 셰익스피어가 언급되는 장소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워즈워드, 조앤 롤링, 제임스 조이스, 그리고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 떠올릴만한 장소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영문학 기행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한두 번 떠나는 여행도 아니지만 여전히 소풍 전날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설렜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와서 더 그랬던가. 5시반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다행히 비가 멎었다. 3시 경까지 비가 오더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내는 잠을 설쳤나보다. 

출근시간이 되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던 버스가 여의도를 지나면서는 제법 속도를 낸다. 구름도 조금씩 엷어진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대 예보가 맞아 들어가는 모양이다. 8시반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약속한 10시에 인솔자를 만나서 여행에 관한 안내를 받았다. 바로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받았다.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방학인데도 공항이 한가하다 못해 쓸쓸한 느낌이다. 중국인들의 입국이 적어졌다는 뉴스가 실감난다. 덕분에 출국절차를 간편하게 끝냈다.

인천에서 런던까지 가는 항로


오후 1시 45분, 비행기는 정시보다 20분 정도 늦게 탑승장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런던 히스로공항까지는 8871㎞다. 엷어진 구름 위로 비행기가 날아올랐는데 기류변화가 심한 듯 많이 흔들렸다. 비행기는 자주 난기류를 만나 흔들렸는데 심한 경우 등받이 탁자 위에 올려둔 커피가 넘칠 정도였다. 이륙하고 2시간이 지난 다음에 늦은 점심이 나왔다. 점심이 나오고 나서 소등을 하는 바람에 책읽기를 중단했다.

영국시간으로 오후 5시25분 12시간의 비행 끝에 예정된 시간에 런던 히스로공항(Heathrow Airport)에 도착했다. 활주로에서 탑승구로 이동하는 동안 존 레논의 <이메진(Imagine)>이 잔잔하게 깔리는 걸 보니 역시 비틀즈의 본고장에 온 것을 알겠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을 들려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입국장 안팎의 분위기는 10년 전에 왔을 때와 너무 달라 보였다. 처음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네 속담이 틀리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스로공항에는 터미널이 4개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대한항공은 4터미널, 아시아나는 2터미널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는 베를린에서 왔는데 아마도 5터미널로 도착했던가보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의 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조금 지체됐지만 그럭저럭해서 입국절차를 완료하고 나와 현지가이드를 만났다. 드디어 일행 모두를 처음 만나게 됐다. 19명이 함께 여행하게 됐다. 딱 좋은 규모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깔끔해 보이는 가정집의 집안 모습이 궁금했다


첫날 숙소인 헤스턴 하이드(Heston hyde)호텔은 공항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탈 때부터 호텔에 들 때까지 거세게 비가 내렸다. 착륙에 앞서 나온 안내방송에서 런던 기온이 17도라는 말을 듣고 긴팔 겉옷을 미리 챙겨 입기를 잘했다. 

다행히 내일은 개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어 모를 일이라고 했다. 빗방울로 얼룩진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영국의 보통 가정집들의 안 모습이 궁금해진다. 가이드로부터 이번 여행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주의사항을 듣다. 우리는 모두 2,800㎞를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여행할 예정이지만 영국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라는 네 개의 나라로 이루어졌으므로 모두 5개국을 여행하는 셈이다. 이 나라의 공식 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약칭으로는 브리튼(Britain), 연합왕국(United Kingdom, UK) 혹은 영국(英國)을 사용한다. 

유럽 북서부 해안의 브리튼 제도에 위치한 섬나라로, 북해, 영국 해협, 아일랜드 해와 대서양에 접한다.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및 아일랜드 섬 북쪽에 있는 북아일랜드 등, 네 개의 구성국으로 이뤄져 있는 연합국가이다. 

수도는 런던이며 연합국을 구성하는 각 나라들은 자치권을 가진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수도는 각각 에든버러, 카디프, 벨파스트이다. 그 밖의 해외영토로는 스페인에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와 키프로스의 아크로티리 데켈리아가 있다. 그리고 케이맨 제도, 버뮤다 등이 여왕의 지배를 받고 있다. 

한국-영국-아일랜드로 이어지는 영문학 기행의 여정


브리튼 섬의 남부 저지대에 위치하는 잉글랜드의 면적은 13만410㎢이다. 북부 고지대에 위치한 스코틀랜드는 7만8789㎢이며, 서부 고지대인 웨일스는 2만758㎢, 북아일랜드는 1만4160㎢이며, 모두 24만3610㎢에 이른다. 인구는 2016년 기준 6565만이며, 2017년 기준 명목상 1인당 GDP는 3만9734달러다. 입헌군주제를 바탕으로 한 근대적 의회제도와 의원내각제를 만들어 전 세계로 전파시켰다. 또한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났고, 제일 먼저 산업화가 된 나라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는 전 세계의 1/4을 차지한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다.

브리튼 섬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구석기 시대 대서양 연안에서 건너온 이베리아 사람들이었다. 이후 대륙에서 켈트인들이 이주해 들어왔다. 로마제국의 점령기간 중에는 소수의 로마인들이 들어왔고, 로마제국이 멸망할 무렵에는 게르만족에 속하는 앵글족, 색슨족, 유트족 등이 침략해오면서 선주민들과 혼혈이 진행돼 오늘날 영국인이 됐다. 근대 들어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시아, 카리브해,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도 있다. 

영어가 공용어지만,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 콘월어를 소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한다. 영국의 종교개혁 이후, 잉글랜드 성공회가 영국의 국교이며, 종교개혁 이전에 영국의 교회를 지배하던 로마 가톨릭교회도 일부 남아 있다. 스코틀랜드는 별도의 종교개혁을 통하여 장로교회를 국교로 삼았고, 그밖에도 감리교가 있다.

숙소에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정리한 다음 현지가이드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었다. 불고기에 멸치조림, 무말랭이무침, 김치, 달걀부침, 산적, 심지어는 오징어젓갈까지 한정식으로 된 도시락이 아주 푸짐하다. 긴 여행이 만만치 않았던지 9시가 되기 전에 골아 떨어졌다. 자정 무렵 눈을 떠서 전전반측하다 보니 창문이 밝아온다. 숙소가 도로변이었는지 아침이 가까워지면서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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