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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건의료정책, 그들 손에 넘겨졌다?

보건의료정책, 그들 손에 넘겨졌다?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7.04 16:20:36 | 수정 : 2018.07.04 16:56:16

2000년, 국가발전기본계획처럼 보건의료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책과 보건의료서비스 체계를 만들자며 ‘보건의료기본법’이 제정됐다. 

당시 법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두고 관계부처 장관들과 시민사회단체 및 보건의료 직역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를 개최하며,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건의료발전계획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수립되지 않았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또한 2005년 국무총리 주관으로 2차례 개최됐을 뿐이다. 심지어 2010년에는 법이 개정돼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격조차 한 단계 떨어졌다. 

이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별 계획들은 수립됐을지언정 여러 분야를 조망하고 체계성과 연계성을 높이는 보다 포괄적 범위의 종합계획은 존재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분야별 격차나 차별, 충돌이 벌어져왔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지난달 19일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보정심을 개최하고 보건의료기본법에 의거한 1차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리고 복지부의 이 같은 전격적인 행보에 관계기관 및 단체들은 우려 속에서도 일단 환영의 뜻을 보냈다. 

그러나 조금은 갑작스레 회의자리가 마련돼서인지 위원회 위원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불균형한 위원 구성으로 인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보건의료 서비스공급자 중심의 위원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양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3일 결의대회를 열고 위원회 위원구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 중심의 위원회로 재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이 낸 보험료와 혈세로 국민, 나아가 대한민국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 인구구조, 질병구조의 변화 등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논의기구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구조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일까? 위원회의 구성이 어떻게 이뤄졌을 때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까?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건정심 위원구성을 참고해 적어도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를 이뤄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법적으로 정원이 20명으로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인 박 장관을 포함해 정부위원 8명을 제외하고 보건의약 직역단체장 6명, 보건의료 정책전문가 4명이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국민의 뜻을 전할 대표는 2명으로 제한됐다.

복지부는 각계의 대표들을 1명씩 모아 다양한 의견을 듣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논의하겠다는 취지에서 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각 부처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직역단체별 인식에 차이가 발생해 논쟁이 벌어지는 만큼 각각의 대표를 개별로 판단한 셈이다.

반면 노동계는 보정심의 기능이 보건의료정책의 미래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기에 공급자와 가입자, 정부관계자, 보건의료 정책전문가로 위원회 구성원을 그룹화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정부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을 제외할 경우 다수를 차지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안건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올바른 의사결정구조는 무엇인가이다. 이해관계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성원을 하나의 그룹으로 봐야할 것인지, 사안별로 개개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으니
개별적인 의결권을 보장해야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뚜렷하게 답을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주주의의 맹점이자 딜레마이기도 하다.

한정된 자리에 누가 참석하고 누가 참석하지 못한다는 식의 논쟁은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일 것이다. 13년 만에 성사된 회의가 이 같은 소모적 논쟁에 발목 잡혀서도 안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맹점을 파고들기보다 생산적인 방식으로의 사고전환이 요구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온라인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심사체계개편을 위한 논의과정을 온라인 생중계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적인 협의과정도 실시간 중계 등을 활용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한 상임위원회는 수년전부터 심의·의결 과정을 인터넷 중계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청원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시기에도 회의 안건을 종이로 배포하고 걷어가는 밀실행정,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고 협의를 해야 한다는 발상은 이제 버려야할 때다. 

회의는 형식이 아닌 내용이 중요하다.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도구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보정심을 비롯한 정부의 심의·의결과정 또한 달라져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의사결정과정을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해야할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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