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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감염병 문제 남북 따로 없다…남북 의료협력 무엇부터?

보건의료 남북교류 신뢰 구축하려면 ‘지원’ 아닌 ‘협력’으로 가야

유수인 기자입력 : 2018.06.25 01:00:02 | 수정 : 2018.07.05 14:04:39

최근 의료계의 화두는 ‘남북 의료교류’다.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남북 교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지난 10년간 단절됐던 대북 의료지원 또한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남북 교류가 시작될 때 보건의료 분야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 및 협력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됐을 때 의료계는 어떤 전략을 펼칠까. 그동안 논의된 보건의료 분야 남북교류 협력 방안들에 대해 짚어봤다.

◇ 왜 보건의료인가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보건의료’ 분야는 남북 교류를 떠나 북한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또 각종 산업 교류가 본격화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도 직결된다. 남북 간 건강격차 해소는 향후 인력 등 상호교류에 있어서도 선제 돼야 할 문제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북한 간 ‘기대수명(출생자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 격차는 12년이나 벌어져 있다.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우리나라의 7.6배였고, 성인 남성 평균 신장 격차도 15cm나 된다. 5살 미만 어린이 27%는 만성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민 서울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직 정치·외교적으로 남북 간 냉전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비정치적 관점에서 교류협력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은 보건의료다”라면서 “이를 통해 건강격차를 줄여야 상호 간 인적교류가 시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영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남북 교류가 경제적 측면만이 강조돼 진행될 경우,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이는 다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문제로 작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경제적 교류는 사회안전망이라는 또 하나의 축과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영역은 보건의료 부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분야에 감염병과 같이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보건의료 분야는 기본권인 생명권, 생존권과 직결되는 분야이다. 건강권은 인간의 천부 인권이며, 문화, 과학, 경제 등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하면서 “작년 11월 판문점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에게서 다량의 기생충이 발견돼 화제가 됐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남북한이 유행하는 질병이 다르다. 이는 교류가 활성화될 시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남북에 영향 미치는 ‘감염병’, 백신 등 의약품 지원해야

의료계는 의료교류 시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할 부분이 ‘감염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보건 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년간 복지부 주요 성과와 계획’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의 경우 남한과 북한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 향후 남북 간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남의 감염병이 북으로 가고 북의 감염병이 남으로 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핵만 하더라도 북한의 환자는 OECD 국가 중 결핵 유병률 1위 국가인 우리보다 3배 이상이다. 2017년 세계결핵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환자는 13만명에 달한다. 북한의 사망원인 중 감염병 비율이 31%로 남한(5.6%)보다 훨씬 높다는 보고도 있다. 여러 가지 결핵치료제에도 제대로 반응을 안 하는 다제내성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도 많다. 게다가 휴전선 근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말라리아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감염병이다.

또 북한에서는 예방접종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홍역이나 볼거리같은 질환도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결핵을 포함해 ▲말라리아 ▲B형간염 ▲성병 ▲기생충감염 ▲호흡기 감염병 ▲홍역 등 예방접종 관련 감염병 등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었다. 기생충 감염의 경우 2005~2008년 기준 청소년은 35.5%, 성인은 24.6%가 감염됐는데, 이는 남한의 12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의 보편화 사업은 감염병으로부터 남북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펀드는 2010년 이후 북한 전역에서 시행해 오던 결핵, 말라리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올해 6월 말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고, 중단되면 이들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신영전 교수는 “이 부분은 남북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영역이다”라며 “시급히 남북 당국자가 만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적 정책을 수립하고 상호 협력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또 남북 정부, 민간부문, 국제사회 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조직의 설치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와 다른 의료체제, 북한이탈주민 진료로 간접적 파악

교류가 시작되기 전에는 북한 의료 실태 현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의 의료 격차와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의료교류가 시작되면 각종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발생하는 것처럼 북한 지역에도 양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할 수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전달 기능 실조나 남북 간 제도의 불일치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집단-지역의 긴급 재난이나 사각지대 발생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의료재정과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 의료 인프라, 의료전달체계, 질병 유병률 등 현황을 확인하고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기구도 북한의료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들이 신뢰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먼저 찾아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진료하면서 북한 주민의 의료 상황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06년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을 진료하고 있고, 통일보건의료학회는 북한이탈주민 진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박상민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살다가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이주, 정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느끼는 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할까 고민하는 것은 의료인의 자세다”라며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내용들은 북한 주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그들은 남한 보건의료체계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고, 북한 주민은 북한 의료체계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을 진료하게 될 시 바로 적용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건강행태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기현 원장은 “앞으로 북한과 교류하면서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가 제대로 파악되면 진료 프로토콜(protocol)이나 치료 지침 등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들을 통해 파악한 북한 주민들은 주관적인 불편이 없으면 간과하는 경우가 많고, 합병증 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있으면 과장된 표현과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설명하는데, 북한에서는 증상이 심하다고 해야 질병으로 인정받고 치료와 약물을 우선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탈북의사는 “(장비를 이용한 객관적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의 호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과장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약물 오남용도 심각했다. 자기가 느끼는 주관적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 내성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과다 복용하고 있었다. 안전성보다는 빠르고 강한 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주사제, 진통제는 물론 필로폰이나 아편 등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물 관리도 부실했는데, 한 탈북의사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시장에서 파는 진통제를 구입해 환자가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고, 감기나 설사 등 경증의 경우에도 아편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 ‘지원’이 아니라 ‘협력’입니다

더 정확한 북한 의료실태를 파악해 원활한 교류를 하려면 북한과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을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협력’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이다. 과거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과 일방적 협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 이익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민 교수는 “남북의료교류는 의료 지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교류다.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을 해야 하고, 그들의 강점과 특징, 우리의 강점과 특징을 가지고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남북한의 상호 강점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사업을 확대하고, 북한 상황에 꼭 필요한 영역을 경제성 평가에 근거해 교류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신영전 교수는 ▲보건의료부문 고위급 회담 개최,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내 보건의료 담당부서 설치, 부문별 소통과 협력 라인 구축 등 남북 보건의료 부문 간 교류협력 라인의 안정적 확보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협력 원칙 수립 ▲남북 보건의료협정 체결 ▲교류협력 프레임 설정 ▲기존 약속의 이행 ▲영양부족, 감염병과 비감염병의 이중부담, 취약한 모자보건, 필수 의약품과 기초의료장비 및 의료시설의 전반적인 부족, 약 생산 등을 통한 수익창출 모색 등 보건의료부문 우선 과제 사업 시행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무엇보다 경제적 이윤만이 앞서서는 안 된다. 경제교류가 야기할 문제들을 사전, 사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현 원장 또한 “원칙과 기준 없이 북한에 민간 의료서비스가 유입되면 북한 의료 시장이 빠르게 시장화될 수 있다. 보건의료를 영리 수단으로 이용했을 때 생기는 피해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의료교류에 필요한 정책과 지침개발, 기술지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비해 지난 5월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대북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북한과의 교류가 단절된 지 1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우리가 변한만큼 북한도 변했다. 이전에 시행됐던 대북 의료지원과는 다른 행태를 보여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 기류가 의료교류로 인해 지속될 것인지 기대가 되는 동시에 새롭게 마련될 남북의료교류 정책에 의료계의 제언이 함께 녹아 들어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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