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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수명이 짧아진다…“척추후만증은 암 못지않게 심각한 질환”

전 연령대에서 발생, 유전·생활습관·폐경 등 원인

유수인 기자입력 : 2018.06.13 07:00:00 | 수정 : 2018.06.13 15:52:39

국민일보DB

허리가 굽거나 지팡이를 짚는 사람은 ‘노인’일 거라 생각하기 쉽다. 동요 ‘꼬부랑 할머니’에서처럼 할머니 중에는 등이 굽고, 지팡이를 짚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등이 굽은 이유를 자연스러운 노화 증상 중 하나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등이 굽는다는 것은 척추에 변형이 온다는 것인데, 50~60대의 중장년층 및 청소년층 등 젊은 연령대에서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척추 후만증’이라고 하는데, 유전적인 요인, 잘못된 생활습관, 폐경으로 인한 골다공증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척추 후만증이 지속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명까지 단축될 수 있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 척추 모양은 S라인…앞 보면서 직립보행 어려워해

척추는 경추(목뼈), 흉추(등뼈), 요추(허리뼈), 천추(엉치뼈), 미추(꼬리뼈)로 구성돼 있다. 태생기때는 흉추와 천추가 정상적으로 후만돼 있다. 후만이란 척추가 뒤쪽으로 볼록, 전만은 앞쪽으로 볼록한 곡선을 말한다.

태어나서 3~4개월이 되면 경추가 전만 되면서 목을 가누게 되고, 1년이 넘으면 요추가 전만되면서 보행을 하기 시작한다. 즉 경추에서 천추까지 S자의 형태의 굴곡이 형성되면서 편안하게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S자 형태가 정상적인 척추 모양이며, 정상적으로 후만 돼 척추가 더 심하게 굽어지거나 정상적으로 펴져 있는 척추가 굽어지면 척추 후만증이라고 한다.

흉추는 후만 30~50도, 요추는 전만 30~80도가 정상 각도다. 김용찬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X-ray 촬영을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뒤통수와 발뒤꿈치가 모두 벽에 닿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벽에 닿지 않거나, 닿아도 5분 이상 유지를 못 하면 척추 후만증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척추 후만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들은 전방주시를 하며 직립보행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걷거나, 무릎을 구부려서 굽어진 허리를 보상하며 걷게 된다. 5분 이상 평지를 걸을 때 허리통증을 느끼며 허리가 굽어지고, 비탈길을 오르기는 더욱 힘들어한다, 설거지를 할 때는 싱크대에 팔꿈치를 대고 하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서 들어 올리기 어려워한다.

◇선천성, 퇴행성, 자세 등 원인…좌식생활하는 동양권, 농촌 지역에 환자 多

척추 후만증은 원인에 따라 크게 선천성, 노인성, 자세성으로 분류된다. 선천성은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척추 후만증이 생기는 경우이며, 발병률은 드물다. 그러나 수술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진행을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형이 심해지기 전 수술을 해야 한다. 김용찬 교수는 “수술 시기나 방법은 변형의 원인, 환자의 연령, 변형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중요한 것은 수술 시기이다. 5세가 넘게 되면 55도 이상의 심한 후만 변형이 오게 돼 폐와 심장이 있는 흉강을 열고 교정해야 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대개 1~3세가 가장 적합한 수술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천성 척추 후만증을 방치하면 심장과 폐 성장 자체가 부진돼 심폐기능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생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성 척추 후만증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생기며, 후만 된 범위가 다른 후만증에 비해 넓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척추 뼈마디를 연결하는 디스크가 닳는데, 그렇게 되면 평소 자세대로 뼈가 붙어 고정이 된다. 구부정한 자세로 생활을 한다면 그대로 뼈가 붙어버려 말 그대로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좌식생활을 하는 동양인, 농사일을 하는 지방 노인 중 후만증 환자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추의 후만증은 오랜 기간의 생활습관이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좌식생활을 하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척추 후만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반드시 침대, 책상, 식탁 등 입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찬 교수

 

노인성은 특히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복부 근력이 약해지고 폐경 후에 골다공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칼슘 및 비타민 D 제제 섭취 등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고, 골다공증이 있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이 생겼다면 뼈주사라고 불리는 골시멘트 주입 치료가 시행되며, 골절과 후만증의 정도가 심해 보행이 어려운 경우 수술적 교정, 기기고정 및 유합술이 시행된다.

젊은 층에서는 자세성 척추 후만증이 주로 나타난다. 잘못된 자세로 스마트폰, PC 사용 등을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인데, 초기에는 자세교정, 운동 등으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자연적인 교정이 어렵다. 김 교수는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이들이 노인성 척추 후만증 환자로 대거 나올 것이다”라면서 “보조기 같은 경우 성장이 멈추기 전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20~30대 성인의 경우 보조기보다는 뒤쪽 근육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배영, 적극적인 근육 스트레칭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되도록 유모차 사용 자제…“수명 짧아지는 척추 후만증, 수술비 지원 필요하다” 

척추 후만증 예방을 위해서는 허리와 목을 오랫동안 구부리고 있는 자세로 일하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한 자세를 30분 이상 유지하지 않도록 자세를 자주 바꿔주고,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더라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허리를 펴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용찬 교수는 “우리는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일보다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일을 많이 한다. 따라서 한 자세로만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 등으로 치료를 해도 생활습관이 그대로면 다시 병이 발생한다”며 “되도록 한 자세를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벼운 물건이라도 오래 들고 있지 말고, 운동 등을 통해 다른 근육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골다공증으로 인한 후만증은 예방할 수 있다”면서 성별을 떠나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는 연령대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 골다공증 발병 위험을 줄이고, 골다공증이 이미 생겼다면 그 치료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팡이와 유모차 등의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되도록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모차보다는 지팡이 두 개, 지팡이 두 개보다는 한 개, 한 개보다는 스스로 걷는 것이 좋다”며 “이런 외부적 도움 없이 걸을 수 없다면 유모차를 끄는 것이 안전하고, 유모차가 필요한 정도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8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들도 수술 치료를 한다. 본인이 의지가 있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통증 때문에 걷기도 힘들어하고,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며 “무엇보다도 굽은 허리로 다니다 보면 심장과 폐, 위 등 장기들이 눌려 수명이 짧아진다. 숨을 쉬기도 힘들어지고 소화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대부분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척추 후만증의 수술비는 1500만원 정도로, 의료급여환자라고 할지라도 본인부담료는 수술 행위료만 300~400만원이다. 수술 후 일상생활로의 복귀까지 1~2달가량이 필요한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환자들에게 수술은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교수는 경제적,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척추 후만증 환자가 암 환자는 아니지만 퇴행성 질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걷지도 못하고 통증을 호소하지만, 보호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오히려 생계를 책임져야 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암 못지않게 산전특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더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역마다 수영장, 운동치료센터 등을 개방해 적극적으로 노인들의 척추 후만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이 필요하면 경제적 지원 및 헬퍼 지원 등으로 수술 전후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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