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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그리고 묘수(妙手)와 악수(惡手)

이재준 고양시장 후보의 바둑판은 이제 시작이다

정수익 기자입력 : 2018.05.08 16:54:27 | 수정 : 2018.05.08 16:53:31


바둑판 용어인 꼼수가 요즘 정치판에서 유행하고 있다. 안 그래도 온갖 술수가 범람하는 정치판에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오니 오죽하겠는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 공천 및 경선과 관련한 꼼수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고양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전형적인 꼼수가 나왔다. 우열이 드러나지 않는 짙은 안갯속 판도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던 네 명의 예비후보 중 한 명인 이재준 후보(지금은 당당 후보가 됐다)가 경선 막판 의뭉스러운 처신을 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종 여론조사 하루 전날 이미 경선에서 배제된 최성 시장의 캠프를 접수하고 그의 좋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누가 봐도 최 시장이 확보해 놓은 권리당원들의 표를 흡수하겠다는 노림수이자 꼼수였다. 결국 그 노림은 통했다. 이 후보는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는 2위에 그쳤으나 권리당원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 당당 후보로 결정됐다.

이재준 고양시장 후보의 의뭉스런 꼼수

여기서 이 후보가 누구인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3선에 도전한 최 시장에 맞서 결성한 원팀의 일원이었고, 최 시장의 지난 8년 시정을 유난히 강하게 비판했던 이였다. 그런 그가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최 시장과 손을 잡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상황이 이런데 어찌 반발이 없겠는가. 경쟁자였던 세 예비후보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처음엔 당황스런 반응을 보이다 이내 반칙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반발의 강도는 세지 못했다. 아니 셀 수가 없었다. 그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바로 여론조사가 시작되고 결과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발표와 여론조사 사이에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이번 처신에 대해 나름의 핑계와 항변을 내놓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어쨌든 좋다. 그의 꼼수는 성공했다. 어차피 바둑에서 꼼수도 한 수이고, 일수불퇴가 적용되니까. 그런 점에서 그는 묘수를 두었다고 할 수도 있다. 혹자는 신의 한 수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데 과연 그럴까. 꼼수가 묘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 판 바둑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데 바둑은 이제 막 시작이다. 초반 꼼수 하나가 통했다고 바둑판을 이긴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오히려 국지전에서 성공한 꼼수로 인해 전체 싸움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꼼수에 맛들여 또 다른 꼼수를 궁리하다 판을 완전히 그르칠 수도 있다. 처음엔 꼼수가 묘수인 듯했지만 나중에 악수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꼼수 성공했다고 바둑판 이긴다는 보장 없어

여기서 또 하나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게 있다. 이번 처신이 이 후보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앞으로 이어질 그의 정치 역정에 흠결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그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는 말이다.

결국 이번 일로 이 후보에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그 스스로 꼼수를 악수가 아닌 묘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한 판의 바둑에 최선을 다해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고양시장을 하기 위해 출마했으니 당선은 물론이고 훌륭한 시정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많은 고양시민들은 지금 이 후보와 최 시장 측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하며 걱정하고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가 시장이 됐을 경우 그의 시정은 잘못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들은 최 시장의 흔적과 겹쳐 있다. 무엇보다 헝클어진 공무원 조직과 고양도시관리공사 고양문화재단 등 산하기관을 새롭게 정비하는 일에는 철저하게 최 시장의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 고양시 최대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요진 사태의 해결에는 더더욱 그렇다.

꼼수를 악수가 아닌 묘수로 만들어야

어쨌든 고양시장을 꿈꾸는 이 후보로선 최대의 관문을 통과했다.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인 여당 후보로 낙점 받았으니 꿈과 현실 사이가 성큼 좁혀졌다. 그래서 다른 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지만 서둘러 선거 이후 고양시정의 밑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많은 시민들은 아직도 이 후보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리고 그가 펼친 경기도의원 8년 동안의 활동상을 높이 사고 있다. 고양시장을 향한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지금까지 지내온 행적, 특히 과거 고양시정에 대해 내놓은 날카로운 지적들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래서 이번 경선과정에서의 처신은 이 후보에게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짐이다. 누구도 대신 져줄 수 없는,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짐이다. 기피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피해서도 안 되는 짐이다. 더 겸손하고 더 신중하고 더 노력하도록 하는 짐이다.

고양시장 이재준타이틀이 걸린 바둑판은 지금부터 본격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꼼수를 묘수로 만들 수도 있지만 자칫 악수로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길게 이어질 한판의 바둑을 통해 부디 묘수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먼저 이 후보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고양시와 고양시민을 위해서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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