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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정부 책임은 없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정부 책임은 없나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4.17 08:45:00 | 수정 : 2018.04.17 08:44:18

어두운 바다 깊이 잠겼던 선채가 뭍으로 나왔다. 304명(미수습자 포함)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다. 4주기를 맞은 16일, 경기도 안산시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낙연 총리도 말을 받아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교훈으로 깊게 새겨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안성욱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세월호 진상규명은 아직 미완이다. 사고원인이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세월호 사건의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 대다수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느끼는 분노는 국가가 아이들을 구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죽게 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고 원인의 추적과 함께 아이들을 구조할 법적책임이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왜 그와 같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인지, 사고 이후 자료 폐기 등 증거인멸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관련자들은 누구인지, 수사 및 진상조사를 방해한 세력이 있다면 그들은 누구인지 등이 밝혀져야 진정한 진상규명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세월호 침몰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노란리본을 지니며 추도에 나섰고, 승선자들을 놔두고 탈출한 세월호의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문제부터 청해진해운과 정부부처간의 유착,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계부처의 미숙한 대처와 은폐·조작시도까지 밝혀지며 책임론이 대두됐다.

국민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않고, 그날의 고통을 가슴에 담으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세월호의 진실이 조속히 밝혀져 책임자들이 잘잘못을 뉘우치고 벌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한 점도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국민들과 현 정부의 태도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과 정부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에 대한 처벌까지 거론된 반면,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신생아중환자실장과 해당 의료진들의 문제로만 거론되고 있다.

의사들을 중심으로 보건의료계만 경찰에서 문제 삼은 분주관행과 의료진 과실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고, 신생아 등에게 쓸 수 있는 적은 용량의 주사제가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분주를 할 수 밖에 없으며,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들의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배양검사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의 정확한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경찰의 분주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진 과실이라는 추정적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를 토대로 의료진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의료인력 부족,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책정조차 되지 않는 급여비, 불분명한 기준이나 건강보험 급여에 휘둘리는 의료행위 등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 상황을 초래한 정부부처 및 병원 고위 관계자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대처와 당시 문제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하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여론은 병원의 임원진이나 기준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관계자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리감독권한의 책임을 해당 신생아중환자실장으로 국한하며 주사제를 나눠 사용하는 분주관행을 해당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문제로만 제한한 경찰의 발표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심지어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 ‘가재는 게편’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말 그럴까?

정부 관계부처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드러난 문제들의 개선방안을 모색하자며 사건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외면한 채 앞만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계가 주장한 점들이 문제고, 개선해야하는 사항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분주 관행 등이 형성되도록 만든 제도적 행정적 기준과 절차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책임은 없다는 식이다.

과연 옳은 행동일까? 정말 정부와 관계부처는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보건의료계는 특권의식을 갖고 의료진이 사망사건에서도 자유로워야한다고만 주장하는 것일까? 의문이다. 

분명 이대목도병원 신생아 연쇄사망과 관련해 의료진들의 안일한 태도와 인식, 그로 인한 실수나 잘못은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해당 의료진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세월호 사건에서 사람들이 보인 태도를 기준으로 볼 때 납득하기 쉽지 않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응에 미숙하고 이를 감추려한 정부를 향해 잘못을 묻고 책임을 묻는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정부의 책임 또한 살펴보고 지적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경찰은 JCI 인증을 통해 의료진이 분주관행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고 고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험급여가, 의료 환경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일개 의사가 혹은 간호사가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앞선, 혹은 희망적인 기대일 것이다. 

의사 또한 보건의료체계라는 시계의 한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중요한 위치에 놓인 톱니바퀴지만, 시간을 홀로 바꿀 수는 없다. 주위의 도움이나 외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 언론이 의료계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을 두둔한 발언을 두고 ‘좀도둑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식’이라며 의료행위의 불확실성이나 사안의 내면을 깊이 고민하지 못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자제해야할 것이다.

사회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사회의 존속과 구성원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임은 그 사람이 가진 권한과 능력의 범위 등과 비례해 지워야한다. 사람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죄를 묻고 책임을 지우는 행위는 결국 처벌의 목적과 함께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경고하려는 의도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대목동사건도, 이 외 여러 사회문제들도 이같은 관점에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길 희망해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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