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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저래?] '나의 아저씨' 정당화된 폭력이 억울한 아이유… 그녀로 산다는 것

[왜저래?] '나의 아저씨' 정당화된 폭력이 억울한 아이유… 그녀로 산다는 것

이은지 기자입력 : 2018.04.14 00:00:00 | 수정 : 2018.04.13 21:48:03


tvN ‘나의 아저씨’를 둘러싼 논란은 명확하다. 폭행과 도청, 나이차를 건너뛴 연민. 드라마는 이미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데도 논란은 평행선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와 “그럴 수도 있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왜일까.

‘나의 아저씨’ 1회에서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은 이지안(아이유)을 무차별적으로 때린다. 폭행을 당한 지안은 광일에게 눈을 치뜨고 “너 나 좋아하지?”라고 묻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여자를 때리는 감정을 사랑으로 해석할 수 있냐”며 화를 냈다. 이후 광일의 폭행은 지안이 광일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서사가 등장하며 분노로 정당화된다. 시청자들은 “그럴 수도 있었겠다”라며 광일을 이해한다.

드라마 전 공개된 ‘나의 아저씨’ 무빙 포스터를 둘러싼 시각들도 커다란 갭을 보인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장면 1. 아저씨들은 감자튀김 등의 안주를 시켜놓고 생맥주 조끼를 기울이며 웃고 있다. 그러나 지안은 안주 없는 맥주캔 하나만 두고 그 쪽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다.

장면 2. 지안은 삼각김밥을 우물거린다. 그 옆에서 아저씨들은 깔끔한 백반 정식을 시켜 각자 식사 중이다.

장면 3. 지안과 아저씨들은 모두 같은 상에서 맥주와 소주를 기울이며 환하게 웃고 떠들고 있다.

“가난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삼각김밥과 캔맥주를 홀로 먹고 마시며 아저씨들을 부러워하다가 그들 사이에 끼자 비로소 웃는 연출이 불편하다”는 사람들과, “고만고만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위한 연민으로 어울리게 된 이들의 미소다”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4일 방송된 ‘나의 아저씨’ 6회에서 지안은 동훈(이선균)이 제게 스치듯 해 주었던 “착하다”는 말을 위로 대신 듣는다. 몇 번이고 돌려들은 “착하다”는 말은 지안이 동훈을 해치기 위해 도청 중인 녹음 파일에서 추출해낸 것. 시청자들은 “동훈과 지안 사이에 로맨스가 없다고 했지만, 연민을 풀어내는 방식은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의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극적인 상황에 처한 지안이 동훈을 감싸고 싶어지는 계기로 사용한 것 아니겠나”라고 맞서는 의견 또한 팽팽하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아홉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는 중년 남자를 가지고 ‘인간의 매력’을 논한다. 지난 11일 서울 영중로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김원석 감독은 “동훈 같은 경우는 이 땅의 보편적인 가장을 반영했다”며 “어울리지 않고 불편해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경험을 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해석의 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단순히 해석의 차이일 뿐이라면, 어째서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었는데도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까. ‘기다려 달라’던 제작진.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문제는 이입감이다. 제작진은 분명 “보편적인 가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중의 아저씨들은 극히 보편적이다. 무력한 가장과 나이를 먹고서도 엄마를 찾는 남자들, 그리고 이혼 직전의 부부 사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안의 이야기 또한 보편적이다. 주변에 의지할 곳 없는 20대 여자애들이 금전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기란 요원한 일이다. 게다가 딸린 식구까지 있다면 문제가 더 크다. 병자 때문에 가족의 경제가 몰락하는 것은 워낙 흔한 서사다. 그러나 극의 주인공인 아저씨와 지안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위험에 대한 노출도다.


시청자들이 대립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어느 쪽에 이입해 있느냐의 차이다. 40대 아저씨 동훈은 이혼 직전이며 회사에서도 잘릴 위기를 번번이 겨우 모면하고 있다. 그러나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다. 금전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으나 신체적 위협을 당하지는 않는다. 동훈은 ‘나의 아저씨’ 내내 심리적 공허를 논한다. 반면 지안은 어떤가. 지안은 돈이 없고, 보호해줄 울타리도 없다. 폭력에 시달리며 딸린 식구를 위해 불법적 일을 일삼는다. 지안은 심리적 공허에 더해 경제적인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더불어 작품 내내 목숨이 걱정될 정도의 폭력에 시달린다.

제작진은 논란 이후 ‘광일의 아버지가 지안에게 살해당했다’며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공적 처벌이 아닌 사적 처벌이 준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지안이 얻어맞는 이유를 논함으로써, 폭력은 정당화라는 세탁을 거친 셈이다. 제작진은 수많은 동훈에 이입한 나머지 수많은 지안을 놓치고 말았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간담회에서 “내가 박상훈”이라고 울컥한 부분은 제작진의 안이함에 대한 방증이다.

시청자들이 아이유에게 반감을 갖는 이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같은 날 간담회에서 아이유는 “지안이가 도청을 하고 폭력에 당하는 것에 관해 그런(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지안이를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도청을 해야겠다’ ‘폭력이 좋은 거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안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라는 아이유는 “‘저거 안 되는데’ ‘저 정도로 꿈찍한 현실이구나’ ‘저건 비윤리적인 행동인데’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봤을 때,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유의 이런 입장은 근시안적이다. 시청자들은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에 임하는 배우가 단지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만 머물며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근무 태만에 가깝다. 아이유는 이날 자신의 앨범으로 인해 제기됐던 ‘로리타 미화’논란에 관해 극 캐스팅 전에 인지하고 감독과 토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자신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의식 정도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25세의 아이유는, 21세의 지안이들을 생각해줄 수는 없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몇몇 지안이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정당화된 폭력에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듣는 아이유는 억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는 다면적이어야 한다. 보편적인 지안이를 연기하는 아이유는 보편적인 25세가 아니므로.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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