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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약품 유통, 이대로 괜찮은가

공산품 취급받는 의약품… 불법·편법 관리 안하는 농림부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3.13 08:25:11 | 수정 : 2018.03.13 13:21:12

2017년 국정감사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국민들의 밥상이 독성화학물질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유통관리를 책임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상대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회의 집중포화 언저리에 머물렀다.

심지어 진드기 살충제 불법 유통 및 사용 실태나 살충제 성분으로 인한 양계장 오염가능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잔류물질에 대한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큰 논란 없이 무사했다.

그 때문인지 농림부와 검역본부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제안에 따라 애완의 대상에서 동반자로 격상된 반려동물의 지위를 여전히 소유물 혹은 가축으로 인식하고, 이들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을 공산품으로 여기는 경향을 곳곳에서 노출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농림부 내 동물의약품 전담부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과’였고, 동물의약품의 허가와 유통,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지만 제대로 된 관리기전이나 제도, 기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장 수의사와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 간의 충돌에 대해 농림부는 별다를 기준이나 조치를 내놓거나 취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각종 이권을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지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 수의사 처방 없이 동물약국 등에서 판매가 가능한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두고 수의사와 의약품 공급사, 약사 간 다툼이 벌어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의 손을, 고등법원은 업체와 수의사의 손을 들어주며 사안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당초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한국조에티스(제품명 레볼루션), 벨벳(애드보킷), 메이알(하트가드)이 전체 시장의 85% 가량을 점유하고 있지만, 3사 모두 해당 동물의약품을 약국에는 공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근 병원보다 싸게 예방제를 판 동물병원에도 공급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수의사 인터넷카페(DVM) 회원 중 일부는 공동구매를 빌미로 예방제가 유통되는 것을 막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하는 등 일부 동물병원에만 약이 공급되도록 한 정황도 파악됐다. 이로 인해 5000원대 예방약이 2~3배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의 공급거부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 중 기타 거래거절’로 보고 수의사와 회사들에게 시정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약국 전체에 대한 공급거부는 특정 상대에 대한 거래거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생산판매정책 상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 그에 맞지 않는 불특정다수의 사업자와의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님’이라는 공정위 심사지침을 인용해 벨벳이 ‘동물을 진료하며 우수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동물병원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 내용을 인용한 판결이다.

이와 관련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아무리 의약분업이 안된 분야기는 하지만 기생충약을 약국에는 안주고 병원에만 주겠다는 것과 동일한 논리”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상적인 공급체계가 아닌 방식을 법원이 종용하는 점이나 공정위와 벨벳의 싸움으로 국한돼 당사자인 동물약국이나 농림부 등이 소송과정에서 빠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재판부가) 의약품을 일반적인 공산품으로 본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동물의약품 또한 의약품의 범주에 속하고 사람이나 동물에게 잘못 사용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함에도 의약분업을 통한 약사의 2중 검증이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나 관리기전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에서는 현행법상 약국에서 구매해 사용·판매해야하는 인체용 의약품의 불법적 유통거래 관행, 불투명하고 천차만별인 의약품 및 진료비 가격결정구조 등의 문제도 거론하며 농림부의 관리감독 능력과 의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성진 대한동물약국협회장은 “AI나 구제역이 발발하면 담당부서는 통화조차 안된다는 민원이 많다. 근본적으로 동물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너무 안한다고 한다”면서 “동물에 대한 항생제 남용문제를 비롯해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약품의 올바른 관리와 사용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의약분업이 이뤄져야하며, 약사법 상 예외적으로 농림부에 주어진 관리감독 및 의약품 허가심사 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논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한편, 농림부는 일련의 지적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동물의약품 유통 및 관리감독 등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아 ‘약사감시’ 등을 통해 1년에 1회 하고 있고, 전문가인 수의사의 판단에 의해 약이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약사감시를 통해 관리감독을 당연히 하고 있지만 유통질서 차원에서의 문제를 농림부에서 관여하긴 어렵다. 규정이나 제도, 지침에 대해 관장한다”면서 현행 체계에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반려동물 뿐 아니라 가축 등에 대한 관리와 치료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식약처 등으로의 권한 이양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논의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의도도 없다는 뜻을 내비추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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