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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산부 '강제 실험' 시도한 서울대병원 의사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 임상시험 3상 참여 당시 연구자 폭로 “가짜 서명 강압 지시… 산모·태아 위험 상황 아랑곳 안 해”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3.08 00:07:00 | 수정 : 2018.03.08 16:13:13

지난 2007년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3상 연구 과정에서 당시 연구 책임자가 심신미약 상태의 임산부 환자를 연구에 동원코자 연구원에게 환자 동의서를 조작토록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번 보도는 서울대병원 폐쇄병동 환자 폭행 사건 기사를 접한 제보자가 취재진에 연락해 오면서 시작됐. 2007년께 H교수의 지근거리에서 업무를 담당했던 제보자는 취재진에게 본인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내부자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보내왔다. 그는 취재진에게 "당시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전(환자 폭행 등)에도 있었음을 알게 됐다"며 "환자에 대한 나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었다고 판단,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임상시험(Clinical Trial/ Study)이란,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약력·약리·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나 연구를 말한다.

사진=국민일보 DB

[쿠키뉴스 탐사보도] 취재진=언제 있었던 일이죠?

제보자=“2007년경 글로벌 임상시험 3상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10여 년 전의 일인데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나요?

그 일이 있고나서 바로 사직을 했기 때문에(2007년 2월)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연구원으로 근무했었나요?

, 그렇습니다.”

당시 임상시험에 H교수는 한 환자를 주목했다고요?

, 제게 임상시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었습니다.”

환자는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H교수가 인지하고 있었나요?

그 환자는 외래(진료)에 왔었습니다. 조울증에서 급성 증상으로 환청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있었습니다. 환자 본인은 임신 사실을 인지, 복용하던 약을 끊었고, 그 결과 정신과적 증상이 심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H교수는 환자의 임신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환자 본인이 임신을 했기 때문에 태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끊은 상태였다는 거군요?

, 그렇습니다. 환자 스스로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환자는 어떤 상태였나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종이에 써보라고 했는데,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진료를 본 의료진도 환자 인터뷰 후에 이 환자는 본인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글을 읽거나 이해하는 등의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했다는 건가요?

. 대화도 어려웠습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환자들은 증상이 없을 때는 일상적인 대화에 큰 문제가 없지만, 급성기 상황이 오면 (전혀 달라집니다). 저는 연구원 이전에 정신과의 폐쇄 및 개방병동에서 의료진으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입원을 요하는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었습니다.”

해당 임상시험이 요하는 환자들의 선정조건이 있었나요?

조울증 환자이면서 조증이나 경조증을 앓는 환자를 선정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환자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연구에 적합한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증상을 가진 환자였다?

그렇죠. 그러나 동시에 환자는 의사결정능력도을 갖고 있어야 했습니다. (임상시험) 동의서의 내용과 시험에 따른 불이익 등을 합리적으로 전부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지 여부를 환자 본인이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했습니다.”

임상시험 선정 시, 환자가 거절하면 의료진 및 연구진은 어떤 행동을 취하나요?

환자에게 임상시험 동의를 설명해서 거절 의사를 보이면 권유나 강요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셨는데요.

, 그랬습니다. 대화시 눈 마주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습니다. 말은 하지만 사고의 연결이 안 되어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H교수는 어떤 지시를 내렸나요?

“(H교수는) 동의서를 받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 환자는 스스로 의사결정권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연구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H교수는 가짜로라도 이름을 적어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재차 명령했습니다.”

임상시험 동의서에 가짜로라도 이름을 적어 오라고 말인가요?

환자 대신 제가 이름을 쓰라는 지시를 내렸고, 전 거절했습니다.”

정리하면, 해당 환자는 연구에 필요한 케이스였고, H교수로부터 임상시험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철회할 것을 요구하자, 서명을 위조해서라도 동의를 받아오라고 재차 강권했다는 거죠?

, 맞습니다. 설사 환자의 상태가 임상시험 선정기준에 맞더라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점은 연구진이 환자에게 이 연구가 어떤 것인지 사전에 고지하고 이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연구 분야와 상관없이 연구 윤리로써 일차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피험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지 연구진이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가짜로 서명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어떻게 했나요?

이건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다른 의료진도 이 환자는 연구에 참여할 상태가 아니라는 견해를 낸 바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H교수에게) 이야기하고 동의서를 억지로 쓸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님이 환자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서 직접 동의서를 받으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쁜 탓에 환자의 상태를 보지 못해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H교수는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했었고 입원 처리도 직접 했습니다. 아무리 주치의가 있더라도 입원 처리는 담당교수가 처리하기 마련입니다. 당시 연구는 외래에서 환자가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 다음에 연구원인 제게 연락이 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거절하자 H교수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외래 진료를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H교수는 병동 복도에서 제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했습니다. 복도에 환자들이 앉아 있던터라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외래 병동 복도에서 말이죠?

, 그렇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연구와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이 환자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환자가 임상시험에 투입되면,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해 어떤 약이 환자에게 주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임신을 해 아이를 지키고자 먹던 약까지 끊은 환자인데, 연구로 인해 산모나 태아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윤리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이 환자를 연구에 동원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H교수가 환자를 연구에 포함시키려고 했다고 생각했나요?

저는 H교수가 본인의 업적을 쌓거나 연구에 환자가 배당될수록 성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사표를 제출했나요?

결정적이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관두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임상시험에 대한 주효한 연구 윤리의 원칙은 인간존중이다. 이는 인간 존엄성의 존중과 개인 자율성(autonomy)의 존중, 그리고 자율성이 저하된 인간에 대한 특별한 보호로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는 피험자에게 시험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근거한 자발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정보’, ‘의사결정능력’,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해당 사안에서 보듯 피험자가 동의 능력을 갖고 있을 않을 경우다. 그렇더라도 피험자의 적법한 대리인, 즉 배우자 등에게 동의를 얻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절차적, 윤리적으로 옳다. 그러나 당시 H교수는 이러한 단계를 뛰어넘고 동의서 조작을 지시했다. 그렇다고 대리인의 동의를 구할 시간이 없는 긴급사태로 보기도 어렵다. 설사 응급상황일지라도 연구자는 시험심사위원회의 계획서 승인 하에 치료목적의 시험약을 사용해야 한다.

해당 사안은 충분한 고지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인 방법, 즉 임상시험 동의서 조작을 연구자에게 강요한 사례다. 또한 H교수는 임산부인 환자의 산모와 태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려 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임상시험 업무를 담당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임산부를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만약 임신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연구를 강행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취재진은 H교수에게 반론 및 입장 소명을 재차 요청했지만, 그로부터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인용 보도 시 <쿠키뉴스 탐사보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쿠키뉴스에 있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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