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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받았나 안 받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정수익 기자입력 : 2018.02.07 19:10:01 | 수정 : 2018.02.07 19:10:00

요진특위 회의를 주재하는 이규열 위원장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이다. 평범한 말 같지만 그 속에 숨겨진 속뜻이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언중유골은 얼핏 대단한 것 같지만 우리가 일상 속 대화에서 흔히 쓰는 기법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언중유골의 표현을 잘 사용한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대신 은근하게 돌려서 뼈 있는말을 즐겨 한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상대의 언중유골을 놓고 곧잘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 고양시 한 정치인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양시의회 요진특위위원장인 이규열 의원의 금권주의라는 뼈 있는 말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와 요진개발간 추가협약서와 공공기여이행합의서 체결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라는 길다란 이름의 요진특위 활동을 이끌어온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진특위에서 밝혀낸 문제들을 당시 시의회 건설교통위에서 밝혀내지 못한 이유로 금권주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요진와이시티 복합시설 준공의 불법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요진와이시티 불법 준공에 고양시의 잘못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런 잘못을 간과 혹은 묵과한 시의회 건교위의 책임론도 함께 언급하기 위해 금권이라는 뼈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뼈가 예사롭지 않다. 단순한 실수로 봐 넘기기에는 말 속의 뼈가 무기처럼 예리하다. 어떻게 보면 다수의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을 정도다. 그가 말한 금권은 돈이고 뇌물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권주의가 의심된다는 건 요진와이시티 불법 준공 등 요진 사태에 돈이나 뇌물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부 시의원이 요진 측으로부터 돈이나 뇌물을 받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의원 발언의 파장이 거세다. 이 의원의 발언이 보도된 뒤 고양시의원들, 특히 현 건교위는 물론 전반기 소속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어쨌든 이 의원 발언 이후 사태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대해 쾌재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요진와이시티 준공과 관련해 여러 의혹을 품어온 수많은 시민들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요진 비리의혹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시의회 차원에서 적당히 봉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현 시의원들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언 당사자인 이 의원이 사과하는 등 성큼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민들은 외부의 개입을 바라고 있다. 이미 다수의 의원이 요진 사태와 관련해 고소돼 있는 상황에서 외부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앙 정치권에서 전향적으로 다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실 요진 비리 의혹은 고양시에 상당히 폭넓게 퍼져 있다. 시민들은 물론 다수의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쉬쉬 하면서 이런저런 루머를 소통해 왔다. 심지어 시의원들까지도 몇몇 동료 의원의 과거 금권과 관련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여 왔다. 어쩌면 이번 이 의원의 발언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을 수 있다.

받았나 안 받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고양시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나도는 언중유골의 말이다. 요진 비리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심정이 강한 뼈처럼 담긴 말이다. 이들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요진와이시티 문제가 큰 쟁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요진 비리 의혹 해소는 정녕 요원한가.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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