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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국가책임, 중환자는 병원책임?

전문가들, 중증환자 목숨 위협하는 구조 우려… “절망적”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1.12 11:29:47 | 수정 : 2018.01.12 11:29:51

병원의 골칫거리로 치부되는 3대부서가 있다. 중환자실, 중증외상센터, 응급실이다. 여타 급성기 질환과 비교하면 많은 인력과 장비,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지만 결과나 성과는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병원의 수익이나 대외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륵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다반사다. 심지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응급실 등의 문을 닫는 병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는 2009년 1000만명을 돌파한 이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3대 중증질환 환자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응급의료기관은 2009년 460개에서 2015년 420개로 40곳이 문을 닫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감히 나서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대한외상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가 11일 개최한 ‘대한민국 의료의 구조적 모순 진단 토론회’에서도 결론은 ‘국가책임제’였다.


갑작스런 사고나 발병으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구하는데 정부가 외면한채 뒷짐만지고 있어서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의 호소나 해당 과로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 문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같은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일반 병동에 비해 유달리 많은 인력과 시설 등 자원이 투입돼야하지만 전문인력뿐만 아니라 운영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건강 최후의 보루와 같은 외상센터와 중환자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이강현 외상학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외상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약 30%는 살릴 수 있음에도 외상체계의 구조적 모순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임채만 중환자의학회장은 “정부의 싸구려 의료정책으로 중환자 치료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모습을 모두 가진 참담한 모습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임 회장은 “정부 주도의 의료시스템에서 의료현장의 모습은 정부의 얼굴”이라며 “중환자사망률의 병원간, 지역간 편차, 중증회상세넡의 부실, 신생아중환자실 사건 등은 복지부의 자기고백서이자 싸구려 의료정책이 인명을 싸구려로 만들었다는 반증이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정부의 의료정책기조의 근본적 개편을 주문하기도 했다.

◇ 중환자치료, 무엇이 문제인가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총무이사는 외상치료체계의 정립을 위해 ▶환자분류 ▶이송체계 확립 ▶중증외상센터의 지역 및 역할 재분배 ▶구급대원 및 의료진 교육·훈련 ▶병원의 적자 정상화를 위한 중증외상기금 조성 등 정부차원의 지원 ▶의료인력의 기피현상 타파 ▶질향상 시스템 구축 등을 주장했다.

분류체계가 부정확해 환자의 중증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에 따라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처로 바로 이송되지 못하는 지연현상이 발생하는데다 닥터헬기 이착륙지점 확보 및 운행 어려움 등으로 이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의료진과 병원이 환자를 기피하게 되는 구조적, 재정적 문제를 민간에 일임하고 있는 체계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이 중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서지영 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은 “중환자들은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지만 국회도, 국민도, 정부도 반짝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관심을 보이고 곧 관심을 거둔다”면서 “우리나라 병원 중환자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좀 더 인식하고 돌봐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련의 주장에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환자단체, 기타 보건의료전문가들도 공감의 뜻을 표하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현행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지원을 넘어 중환자,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제도를 설계하고 제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혹은 구조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논의의 장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응급의료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도 해를 넘긴 상황에서도 별다른 언급 없이 ‘묵묵부담’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살릴 수 있는 중환자들의 생명을 한동안은 계속해서 지켜봐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환자 관리를 위해 의료인 간 원격의료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언급됐다. 적절한 외상환자 및 중증질환자의 분류와 발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소통·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입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원격의료’라는 단어에 대한 의료계의 막연한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 토론자는 “미국은 한 주가 원격을 통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실적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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