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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헛바퀴만 굴리는 문재인 케어 의-정 협의

헛바퀴만 굴리는 문재인 케어 의-정 협의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1.10 03:00:00 | 수정 : 2018.01.10 02:51:32

자전거를 단순화하면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자전거의 형태를 이루는 차체와 자전거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생산하는 구동부, 생산된 힘을 지면으로 전달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바퀴다. 하나라도 빠지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는다.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책은 크게 바퀴에 해당하는 목표 혹은 세부계획과 차체에 해당하는 환경, 그리고 동력인 소요자원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문제나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거나 유도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

아울러 정책의 성격이나 체계를 갖추기 위해 사안을 둘러싼 인식과 요소,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들을 고민하고 엮어야 한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목표와 계획을 실현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이 뒷받침돼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3발 자전거다. 

현행 63%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70%로 높여 가계부담을 줄이고,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겠다는 목표 아래 ▶비급여의 급여화 ▶본인부담금 상한기준 인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제도화라는 3개의 바퀴를 달았다.

차체에 해당하는 전제들은 ▶적정수가 보장 등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 ▶의료이용체계(전달체계) 재정립 ▶의료서비스 질 향상 ▶정책 등의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확보 ▶합리적 심사·평가·감시체계의 확립 등이다.

구동부에 속하는 자원 중 인력은 각 제도 및 세부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인원이 확충·재배치돼 업무수행에 투입되며, 예산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중 일부와 2018년도 정부예산에 반영된 상황이다.

문제는 자전거를 자전거라고 부르며 사람이 타거나 물건을 올리고 각 부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차체’가 전혀 완성되지 못해 문재인 케어를 상상 속에만 존재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바퀴조차 외형만 갖춰졌을 뿐 속이 채워지지 않은 형상이다.

◇ 의료계, “목표 정해졌다면 투자는 과감히” vs 정부, “뭘 믿고 투자하나”

문재인 케어는 4개월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목표를 발표하고, 국민이 공감해 뒤를 받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제도화나 본인부담 상한제 개편을 비롯해 일부 정책들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 헛돌고 있다.

가장 핵심이자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앞바퀴나 자전거의 각 부분들을 이어주고 문재인 케어라는 외현을 구성할 전제조건들과 사회·환경적 여건들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17년 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19일 의료계의 협조를 얻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의-정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어 ‘속도’를 강조하며 20여일 만에 4차례 회의를 갖고 ▶비급여의 급여화 방식 ▶심사·평가체계 개혁 ▶적정수가 보상 추진방향 및 수가 협상구조 합리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오는 12일 5차 회의에서는 논의과정에 드러난 입장을 정리하고,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일견 논의는 빠르고 순탄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협의가 원만치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쳇바퀴 돌 듯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어지럽기만 한 논의”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주요 쟁점인 적정수가 보상방안이 주제로 오른 4차 회의 논의과정은 의료계와 정부 간 시각차가 크다는 것만을 확인한 채 다음을 기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며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수차례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복지부는 적정수가 보상을 위해 보장성 강화계획을 시범사업 등의 형태로 우선 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료량 변화 및 의료서비스 질 향상 정도, 환자들의 의료이용행태 변화 및 전달체계 개선 정도를 평가해 정책가산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 전체 진료비 규모를 고정한 채 진찰료와 입원료 증액, 진료과별 수가조정이 핵심인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통해 진료과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게 책정된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해 균형적으로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조건달성에 따른 별도의 간접적 수가보전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적정수가 보전을 위한 선제적·직접적 보상기전 마련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손실의 보상까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간차에 따른 손실 등을 문제 삼은 것.

더구나 비대위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총 진료비 규모나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의 조정으로는 현행 저수가를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투자의 순수한 증액을 요구한 채 협의가 아닌 선결조건으로 내걸어 의견조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누굴 위한 주장이며 정책인가… “가족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분명 현 의료체계는 장례식장 운영 등 부대수익이 없다면 진료만으로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다. 복지부 또한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적정수가를 위한 직접적인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당장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1회용 수술포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처럼 병원 내 감염을 막겠다면서 예방에 사용되는 일부 용품의 재료비 등을 행위에 포함시켜 책정하는 일은 사라져야할 것이다. 의료도 서비스다. 제 값을 주고 제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 또한 이번이 기회라며 그간 받지 못했던, 혹은 피해봤던 일들을 전부 보상받으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는 서비스다. 국민을 위해,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인 만큼 국민과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정부와 ‘이해’를 전제로 한 양보와 협상을 해야 한다.

목표가 정해진데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정부도, 정부의 절박함을 기회라며 국민을 뒤로 팽개치고 주장만을 일삼는 의료계도 과연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는지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자전거를 비롯한 우리 주변을 채우는 꾸준히 이용되는 물건이나 정책들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구상되고 만들어진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한다. 하루하루 협의가 늦어질수록 정책 시행 시기는 늦춰지고 그동안 환자와 국민은 고통 받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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