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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체계개편, 무기한 연기? 흔들리는 문재인 케어

개원의 집단 반발에 병원계 조율과정도 남아… 개편 불가론 대두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1.09 00:03:00 | 수정 : 2018.01.08 22:20:26

문재인 케어의 3대 축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본인부담금 상한액 축소다. 그리고 일련의 변화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현행 63%에서 7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재정이 정부추계 상 30조6000억원이 소요된다. 의료계를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50조가 넘는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더구나 높아진 보장성을 유지하는데 만 해마다 수십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야당을 위시한 정치권은 물론 국회예산정책처 등은 건강보험 수익을 뛰어넘는 지출에 문재인 정부 임기 후 건강보험의 적자운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인용해 “2019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적자에 들어서고 적자폭은 해가 갈수록 늘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도 “뒷감당을 걱정해야할 불안한 ‘나 몰라라’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원 관리 방안으로 ▶신포괄수가제 확대를 통한 비급여 총량관리 강화 ▶심사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한 지출관리 ▶의약품 가격조정기전 강화 ▶예방중심 건강관리 확립 ▶평가연계 수가체계 수립을 통한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를 내놨다.

여기에 보장성 강화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강화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과 의료 질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일련의 조건들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한다면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는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전달체계 개선 권고안 4차 수정안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 18개 세부진료과 의사회, 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수용 불가’ 천명

재원관리기전이 정책시행 후 고려해야할 점이라고 하더라도 정책에 따른 혜택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을 두고 협의체와 개원의사들 간 논란이 극화되고 있다.

시민·사회·환자단체 등 가입자대표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공급자대표,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전문가들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2년여 간의 논의 끝에 내놓은 ‘권고문’에 대해 18개 세부진료과 의사회는 8일 ‘폐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원과 병원의 기능적 차별성이 크지 않아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1차의료 기능은 약화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심화되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며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의료전달체계 정립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협의체에서 공개한 권고문 초안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후 간담회 등 논의과정을 통해 효율적인 1차의료기관 진료기능을 위한 권고문 수정건의가 수차례 이뤄졌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뜻을 전했다.

협의체 내부에서 권고문을 만드는 과정조차 의료계 내 반대여론에 가로막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15일 마무리하려던 권고안 제출은 4차례에 걸쳐 미뤄졌고, 오는 12일로 예정했던 권고안 채택은 폐지론이 등장해 또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일련이 논란이 의원급 1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달체계 개편의 또 다른 당사자인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느끼지만 현 권고문대로라면 의원과 중소병원 간 충돌은 불가피한데다 수많은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돼 동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권고문 채택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어디까지 왔나

결국 문재인 케어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달체계가 재정립돼야하지만, 협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응급실 과밀화, 대형병원 환자쏠림, 의원급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들의 적자운영 등 고질적인 보건의료 환경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에야말로 전달체계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협의체에는 공급자를 제외한 가입자 및 전문가 집단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의료계의 동의 없이도 중론이 모아진다면 권고문이 완성돼 정부에 전달될 경우 의료계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될 수 있어 최대한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인데다 환자와 시민사회 등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전달체계를 개편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반목보다 최대한 의견을 모아 (의료계가)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길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4차 수정안까지 도출된 권고문에는 크게 4가지 원칙과 5가지 권고내용이 담겼다. 

권고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기준은 ▶지역화 원칙 ▶재정중립 원칙 ▶가치투자 원칙 ▶자율 참여 및 선택 원칙으로, 누구나 살고 있는 곳에서 충분한 의료이용이 보장되며, 환자불편을 초래하는 직접규제를 최소화하고 선택과 가산을 기반으로 한 환자와 공급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제도가 설계돼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의 기능에 부합한 수가체계를 개편하되, 건강보험 재정중립 확보를 고려해야하고, 의료체계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투자가 이뤄져야한다는 생각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협의체는 ▶기능중심 의료기관 역할 정립 ▶의료기관 기능강화 지원 ▶환자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간 협력 및 정보제공 강화 ▶의료기관 기능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합리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1차 의료기관은 간단하고 흔한 질병에 대한 외래진료와 만성질환 등 포괄적 건강관리, 간단한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를 담당하고 2차는 일반적 입원과 수술진료, 분야별 전문진료, 취약지역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의료의 중심역할울 수행해야한다고 봤다.

반면 3차 의료기관은 희귀난치질환과 고도 중증질환, 특수시설 및 장비가 필요한 질환 등 장기입원이나 의학적으로 높은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주로 담당하고 의료인의 교육과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구분했다.

이 과정에서 현행 52개의 경증질환을 확대하는 등 질환분류를 다시 진행하고, 1차 의료기관은 병상을 두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간단한 시술 및 처치, 5일 이하의 입원이 필요한 외과계 의료기관의 경우 병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아울러 3차 의료기관은 중증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재편하고 경증 외래환자 비율을 10% 수준으로 낮춰 이를 어길 경우 병원 인증 및 진료비 청구에 불이익이 가해지도록 하는 등의 경증외래환자 유입을 막아 2차 이하로의 환자 이동을 유도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환자 본인부담 비율을 질환별 의료기관 급수별 차등을 두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심사평가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의료기관의 수익감소에 따른 퇴출구조 확보, 공공성 확보를 위한 진료체계 및 서비스 개편, 병상 관리 강화 등 환경적 변화를 담았다.

환자 인권 및 합리적 선택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기관 관련 정보제공, 환자 의뢰·회송 체계 및 진료정보 공유 강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수급 및 교육, 장비 및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기전 확보 등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 협의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다.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 측에서는 수술·처치의 전문성이나 응급상황 등을 내세워 병상 운영 및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추가간담회 후 소위원회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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