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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한-정 협의체, 답답한 논의 시작

의-한-정 협의체, 답답한 논의 시작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1.03 00:02:00 | 수정 : 2018.01.02 20:15:09

◇ 의지도 계획도 없이 대립만한 첫 회의… ‘시간 때우기’ 우려

2017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의료계와 한의계, 정부는 논의를 시작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에서 의료계와 한의계 간의 협의가 선행돼야한다며 법안심사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한의학회 대표를 한 자리에 모았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비롯해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는 쟁점을 털어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그간 제기돼 온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며 “환자중심, 국민건강 증진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는데 협의체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발표와 실제 분위기는 사뭇 달랐던 듯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논의는 시작부터 겉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의료계는 선 긋기에 급급했고, 복지부는 떠밀려 나온 듯 별다른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회담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협의체에서는 구체적인 주제 없이 입장차이만 확인하며 다음 회의를 기약했다. 그나마 확인된 입장이란 것 또한 의료일원화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뿐이다.

국민 편익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모인 자리에 복지부는 협의 주제나 내용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의협은 의료일원화란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절대 반대라는 주장만을 폈다는 것. 

여기에 원스톱 진료가 가능하도록 협진을 활성화하거나 한의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의원에서 한의사를 서로 고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지만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의계 관계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뒀지만 시간만 끌다 끝날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나 수가체계의 개선과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협의는 분명 어려운 절차다. 다수결에 의한 강제적 결정이 아닌 대화와 이해, 양보를 바탕에 둔 평화적인 해결방식이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하지만 협의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적어도 이해하려는 자세는 갖춰야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다당제를 통해 양극단의 정치적 대립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진보한 형태의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간에서 조율하고 무게중심을 맞출 때 진정한 발전이 이뤄진다는 기대다.

안 대표의 말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중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역할을 복지부가 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을 위해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해 나간다는 명분을 제시하려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의료계와 한의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싸움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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