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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안철수 “구태정치 결별하겠다”?…‘회귀’가 맞다

안철수 “구태정치 결별하겠다”?…‘회귀’가 맞다

정진용 기자입력 : 2017.12.22 10:22:14 | 수정 : 2017.12.22 10:22:46

"국민통합보다 오히려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가겠다. 시민의 정치, 국민 중심의 정치가 담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난 2016년 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낭독된 국민의당의 창당 발기취지문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매특허 '담대함'(audacity)이 연상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고질적 양당체제를 타파하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읽힙니다. 

불과 2년 전의 일인데요. 지금의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난 형국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느닷없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죠. 그러나 안 대표의 통합론은 동료 의원들은 물론이고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일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제안한 전(全)당원 투표를 의결했습니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찬반으로 당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김대중 정신을 호도하는 기득권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향해서는 "자신의 정치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라고 명명하고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날을 세웠죠.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제안하는 방식부터 '마이웨이'였습니다. 안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연 시간은 의원총회(의총)를 3시간 정도 앞둔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의견을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밝혔다'는 이유로 의총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전당원 투표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진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또 통합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는 것은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나가라'는 독선적 태도도 문제입니다. '안철수 사당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같은 당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비유했습니다. 정 의원은 "유신독재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발표하며 자신의 대통령직을 걸었다"면서 "정상적인 당의 절차를 무시하고 합당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독재적 발상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배운 것 같다"고 꼬집었죠.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통합의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바른정당 대북관은 '김대중 정신'과 배치됩니다. '햇볕정책'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징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10월 국민의당과의 통합 전제조건으로 햇볕정책 폐기를 내걸어 논란이 됐었죠. 게다가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서 갈라져 나온 줄기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분명히 선을 긋지 못하며 '적폐세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바른정당과 손을 잡으면 국민의당 텃밭 호남 민심이 이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안 대표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 승리, 더 나아가 자신이 범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가 되기 위함이죠. 정치권의 시선도 냉랭합니다. 정의당은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안 대표의 선언으로 정치권은 눈앞 이익에 골몰하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이익집단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게 됐다"면서 "결국 안 대표가 보수진영 대선 주자로 올라서기 위해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던 국민의당 모토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미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 DJ 비자금 의혹으로 너덜너덜해진 상황입니다. 당의 정체성,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모였다 헤쳐'를 거듭하는 한국 정치에 국민은 이골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당의 모습은 이를 거울에 비춘 듯 닮았습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 통합 전당원투표 제안 직후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낡은 정치, 구태 정치와 결별하겠다"고 호소했습니다. '결별' 보다는 '회귀'가 더 알맞지 않을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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