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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사건건 충돌하는 한의학과 의학, 해법은 없나

사사건건 충돌하는 한의학과 의학, 해법은 없나

오준엽 기자입력 : 2017.11.15 14:43:08 | 수정 : 2017.11.15 14:43:36

최근 산삼약침이 화제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10월 31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한의사가 사용하는 산삼약침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핵심은 보건당국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은커녕 약효나 사용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일선 한의원 등을 통해 산삼약침이 다량 사용됨에 따라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과 다른 한약의 유통과정과 검증체계, 서로 다른 원리와 접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단적으로 화학기반 의약품은 개발과정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통제를 받지만 한약은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일명 ‘비방(秘方)’이라는 이름아래 치료술기도, 첩약의 원료나 배율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당국도 한의계의 비방을 용인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안전성이나 위해성을 검증하지도 쉽지 않다.

산삼약침 또한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검증과정이 생략됐다. 문제는 항암치료부터 비만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산삼약침이 쓰이고 있지만,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장담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한의학계에서 산삼약침 최고 권위자가 생산하는 약침을 입수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삼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진세노사이드는 분자량이 커 약침을 만들 때 사용된 증류추출법으로 들어갈 수 없는 물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류법은 향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약침은 결국 천연 산삼향이 들어있는 증류수인 셈이다. 만약 직접 추출해 만들어 진세노사이드가 있어도 별 효과가 없다. 오히려 많으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한약진흥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순서가 바뀌었다”고 비난했다. 동물실험 등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검증한 후 환자에게 주사해야하지만 환자에게 사용되는 상황에서 안전한지를 실험하는, “인간이 쥐를 위해 실험동물이 된 꼴”이라는 지적이다.

산삼약침과 함께 한의계와 의료계가 충돌하고 있는 사안은 또 있다. 한방난임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의계는 난임치료 정부지원에 한의학적 치료도 포함돼야한다는 입장을 연일 피력하고 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도 국민 77.8%가 원하는 방향이라는 설문조사결과도 공개하며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못 박으며 투쟁의 기치를 내걸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국회의원 사무실을 항의방문하고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행동으로 의사를 옮기기도 했다. 

반대 논리는 산삼약침과 유사하다. 한방 난임치료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이 아니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들의 교육 및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일로 환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 외에도 여러 사안들에서 한의사와 의사들의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 밥그릇 싸움 치부되는 논쟁, 둘 중 하난 없어져야하나?

이 같은 충돌양상을 옆에서 지켜보면 왜 이런 시비가 연일 이어지는 것일까, 합의나 접점을 찾기는 어려운 일일까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계속되는 두 집단의 논쟁은 사회적 발전 등을 위해 필요한 사안조차도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시켜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걸까? 외부 전문가들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틀에서의 탈피와 이를 위한 논리적 논쟁, 합리적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비방이라며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고, 현대사회가 납득하고 제도권에서 인정할 수 있는 접근과 근거를 도출해야한다고도 한다.

한의학은 분명 질병의 원인을 사람의 기운(정기, 正氣)과 같은 내부에서 찾고, 경험으로 축적된 의학이다. 하지만 별다른 입증과 설명과정 없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환자의 권리와 선택이 점차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경험의학이라면 그 경험에 기반한 치료효과나 행위에 대한 논리와 이론의 정립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한약제의 표준화와 한의학의 과학화가 어렵다면, 비방을 공개할 수 없다면 한의사 혹은 한의원 개별적으로라도 처방과 사용하는 한약제에 대한 검증을 받고 안전성이라도 입증해야 지금의 쇄락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믿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석하는 행위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의 성격을 4가지 단순화할 수 없으며 사람들의 믿음은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 성향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바넘효과(Barnum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사상의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소한 혈액형 성격론과 같이 재미로 받아들이거나 심리적 경향에 좌우되는 믿음으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사람들이 의학으로 믿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더불어 의료계 또는 의학계 또한 한의학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동반자이자 의학을 발전시킬 또 다른 관점으로 인정하고 의ㆍ한합작연구소 설립이나 정부지원 공동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문적ㆍ과학적 접근을 시도해야하지 않을까. 둘 중 하나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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