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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도자기에서 찾은 경쾌한 멋

[기획-경북 명인의 꺼지지 않는 숨결] 14. 문경 황담요 김억주 도예가

김희정 기자입력 : 2017.07.26 15:10:24 | 수정 : 2017.07.27 10:44:27

황담요를 찾는 사람들에게 늘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는 김억주 도예가. 사진=민혜경 작가

 

[쿠키뉴스 문경=김희정 기자] 흙을 빚고 불을 지피며 마음을 다스리는 도예가 김억주. 그의 공방인 황담요는 배산임수의 푸른 자연으로 둘러싸인 경북 문경 봉생마을에 있다.

봉황의 전설이 깃든 작은 마을은 고즈넉하고 아늑하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황담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단아한 백자와 분청사기, 항아리, 다기 세트와 다완 등 아름다운 작품이 반긴다.

그는 황담요를 찾는 사람들에게 늘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한다. 찻그릇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고 향기로 음미하는 순간의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김억주 도예가의 작품들. 사진=민혜경 작가

 

◆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독특한 작품세계
향긋한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면 그의 뒤로 가지런히 놓인 찻그릇이 눈에 들어온다. 설경진사호, 설옥진사호, 황동유다구 등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가 담긴 작품들이다.

투박한 찻그릇에서 경쾌한 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소박하고 꾸밈없지만 경쾌하고 세련됐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다. 그의 작품은 차의 향기처럼 깊고 오묘하다. 

예부터 문경은 흙, 유약, 물, 나무(소나무)가 풍부하고 전통가마가 발달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관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만드는 관요를 비롯해 민간에서 백성이 사용하던 막사발을 만드는 220여개의 요장이 있을 정도였다. 

그도 옛 선조들처럼 소나무 장작을 넣어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낸다. 전통가마에서 태어난 도자기는 선이 곱고 따뜻하다.

가스나 전기가마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흙을 배합하는 김억주 도예가와 도토. 사진=민혜경 작가

 

그가 직접 배합한 도토(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고령토질의 점토)에서 나오는 도자기의 투박하고 질박한 수수함도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통가마에서 굽는 도자기의 성공률은 30% 미만으로 낮다. 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나오면 바로 파기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도예는 조상의 혼과 생동감 넘치는 기상이 깃든 조형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장인의 치열한 정신과 기상이 느껴지는 말이다.

◆ 무위자연의 정신 깃든 도자기 
1986년 도예명장인 천한봉 선생의 문하에서 도예를 시작한 그는 1992년 황담요를 설립했다. 비교적 남들보다 뒤늦게 입문한 그는 물레질을 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수백 번이나 가마에 불을 지피며 창작의 열정을 꽃피웠다고 한다.

그는 국내보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더욱 명성을 얻은 작가다. 그의 열정은 지난 1994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개최된 ‘한일도예가 교류전’을 계기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본 NHK 방송을 비롯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일본에서만 20여 차례 초대전을 가지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다졌다.

황담요 전시장과 전통가마. 사진=민혜경 작가

 

1995년 경상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로, 1996년 건국대 사회과학대학원에서 ‘문경 전통다완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1999년에는 서울국제도자기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2002년에는 신비의 술잔으로 알려진 계영배(戒盈杯)를 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들이며 비밀리에 만들었던 ‘의기(儀器·의례용 도구)’라고 한다.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이 술잔은 7할미만으로 술을 따르면 술이 잔에 남아있으나 잔을 가득 채우게 되면 술이 사라지게 됩니다.”

계영배는 지역 특화 우수 문화상품전에 출품해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특히 그는 2006년 동양에서 가장 도자 역사가 깊은 중국에 한국전통장작가마인 ‘망뎅이가마’를 가져가서 한중 합작으로 ‘자사차호’를 전통방식으로 축성했다. 한국전통도예기술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도예문화의 역수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문경 도자기 대사 1호로 선정됐고, 현재 문경전통도자기 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2007년에는 글로벌 도예명장으로 뽑혔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 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다.

김억주 도예가가 찻사발을 빚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지금은 무엇보다 후학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도예사관학교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많은 대학에 도예학과가 있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되면 미흡함이 보이거든요. 도예에 재능이 있는 이들이 도예사관학교에서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 갖게 된 꿈입니다.”

우리 전통도자기를 널리 알리고 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 그는 후학양성을 통한 도자예술의 전승은 물론, 새로운 기법을 적용한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옛 선조의 것을 재현해 보는 것이 도예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창의적인 작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흙과 불 그리고 물이 가지는 자연의 성질을 최대한 살려 도자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자세. 그의 작품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이 담겼다. 그래서 투박하지만 세련되고, 새로운 듯 익숙한 느낌을 준다.

shi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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