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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영업남] ‘효리네 민박’ 제주 일상에 찾아온 마법 같은 순간

‘효리네 민박’ 제주 일상에 찾아온 마법 같은 순간

이준범 기자입력 : 2017.07.18 09:30:57 | 수정 : 2017.07.18 09:30:59

사진=JTBC 제공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JTBC ‘효리네 민박’ 첫 회를 봤을 때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영석 PD 예능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부정적인 첫 인상을 줬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식사를 해결하는 tvN ‘삼시세끼’와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신혼일기’의 콘셉트를 섞은 것 같았다. 일반인을 상대로 음식을 파는 ‘윤식당’의 콘셉트를 민박집으로 바꾼 느낌도 들었다. 나 PD 예능의 트레이드마크인 동물들의 고정 출연도 그대로 재현됐다.

공감하기 어려운 연예인의 삶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상급 연예인이었던 가수 이효리가 아니었으면 이런 생활이 가능했을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으면 이렇게 넓은 땅에 멋진 2층집을 짓고 여유롭게 사는 건지 등의 궁금증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정답을 알게 된다 해도 내 삶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무력한 기분마저 들었다.

‘효리네 민박’은 이런 점들을 해명하거나 상대할 생각이 없다. 대신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그들이 보내는 일상, 제주도의 풍광이 자아내는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핵심은 부부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다.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보다 쉬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각자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일을 찾아서 해낸다. 상대방이 힘들어하면 도와주거나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건 물론이다. 할 일을 마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시간을 갖거나 쉬는 것에 집중한다.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마루에서 강아지들과 누워 시간을 보낸다. 작업실 앞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한다. 방송과 일을 의식해서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해낸 후에는 자신들의 일상과 휴식을 즐기겠다는 태도다. 그것이 다시 일과 방송을 하게 만드는 활력이 된다. 물 흐르듯 당연하게 느껴지는 과정이지만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이들 부부가 농담처럼 주고받는 대화도 앞서 언급한 태도의 연장선이다. 무언가를 잘 해내자거나 서로에게 부담감을 주는 이야기보다는 일상 속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상순은 스태프로 온 아이유 이야기를 하던 중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아이유 같은 딸이 있었을 텐데”라고 말한다. 이 말에 이효리는 “저런 딸이 있어도 아이유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받아치는 식이다. 아이유 앞에서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를 섞어 털어놓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효리네 민박’의 시청자는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보며 어디서부터가 예능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만큼 방송을 위해 만들어낸 인공적인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의 모습이 진짜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효리네 민박’을 보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1회에서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말없이 아침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를 처음 의식한 순간이다. 부부는 자신들이 처한 어색한 상황을 농담의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고 웃어넘긴다. 이상순은 익숙해지겠지 하고 받아들이고, 이효리는 괜히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아닌지 미안해한다. 그 후 부부가 다시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그 후에도 계속 카메라를 의식했을 것이다. 주방과 침실, 자동차는 물론 두 사람이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카메라는 놓치지 않는다. 4회에서 빨래를 개는 이상순을 보며 이효리는 자신의 속옷을 굳이 방송에서 공개해야 하냐고 농담을 던진다. 이에 이상순은 우리 집에서 카메라에 안 찍히는 공간은 없다고 답한다. 부부는 자신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전파를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식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효리의 모습이 진짜라고 믿게 되는 이유는 그녀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만들어낸 신뢰 때문이다.

이효리는 새 앨범 ‘블랙’(BLACK) 활동과 함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매번 큰 화제를 모았다. MBC ‘무한도전’에서는 요가 클래스를 열어 화내지 않는 정신수양의 결과를 웃음으로 승화시켰고,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결혼 결심 후 내가 바람 필까봐 걱정이 됐다”거나 “돈 안 벌고 편하면 잘 살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상사한테 시달리고 집에 와서 말이 나오겠냐”는 시원한 말로 눈길을 끌었다.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꼭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만 꿈꿔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고, KBS ‘해피투게더’에서는 “마돈나가 나이 들어도 섹시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난 나이 들면 스스로를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효리만 할 수 있는 가식 없는 발언들이었고, ‘효리네 민박’에서 비춰지는 그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똑같은 이야기가 ‘효리네 민박’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예능으로 재탄생된 이효리에 대한 호감도는 다시 ‘효리네 민박’에 대한 관심과 믿음으로 돌아왔다. ‘효리네 민박’은 특별한 사건이나 이슈 없이 첫 회 시청률 5.8%(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3회에서 7.0%까지 치솟았다. 첫 회 시청률은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중 역대 기장 높은 수치였다. 기대했던 시청자들을 만족시킨 건 물론 이후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동안 꽁꽁 숨기고 살았던 자신의 집과 삶을 공개하는 건 그녀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 방송 이후 하루 종일 사람들이 집에 찾아온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효리네 민박’ 1회에서 이효리는 “친구 아닌 사람과 친구 되는 법을 배우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효리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효리네 민박’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휴식이 있는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싶은 시청자에게 ‘효리네 민박’을 권한다.

사진='효리네 민박' 인스타그램


△ ‘효리네 민박’ 영업을 결심한 결정적 장면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다. 4회에서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이효리와 아이유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효리와 아이유는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인적 드문 바닷가 산책길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걷는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연예인 생활의 힘든 점과 결혼에 대한 대화를 두서없이 나눈다. 그 모습 뒤로 해가 수평선을 넘어가면서 장관이 펼쳐진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오는 마법 같은 순간이 예능 프로그램에 담겼다. 일상의 매 순간을 담아낸 ‘효리네 민박’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낸 장면이기도 하다.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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