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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을기록하다⑧] 임신 중에 ‘약’을 먹었다면?

약물복용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박예슬 기자입력 : 2017.05.18 05:00:00 | 수정 : 2017.05.17 21:48:53

사진 출처=pixabay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만약 임신 중인 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임신 중인걸 알면서도 개인적인 문제로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아마 많은 임신부들이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약을 먹었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지우려는 결정은 자칫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최근 산부인과의사회는 하루 평균 3000명이 인공임신중절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100만 건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임신중절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약물복용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한정열 센터장(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연간 출산이 40만 명 정도인데 인공임신중절하는 경우도 같은 비율인 약 40만 건 정도”라며, “이중 약물로 인해 임신중절을 하는 비중이 12%로, 즉 4만 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중에 모르고 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70%에 이른다. 이럴 때 임신부는 혹시나 아기에게 기형이 유발될까봐, 혹은 나중에 태어난 아기가 이상한 행동을 할까봐 불안해하고 심지어는 임신중절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 교수는 강조한다. 약물복용과 임신의 관계에 대해 올바르게 숙지한다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교수는 “실제 우리 센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임신부가 감기약에 노출되면 약 4% 정도가 아기의 기형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약물에 아무 노출이 없어도 기형이 일어날 확률이 3%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따라서 감기약을 드셔도 기본 위험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은 무엇이 있을까

소위 ‘기형유발 약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쓰이는 건 전체 약물 중에 1%도 안 된다. 주로 복용하는 약물로는 약 20여 가지가 있는데, 여드름약이나 간질약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항경련제(간질약) ‘발프로인산’의 경우 무뇌아, 척추이분증 등 신경계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안전한 다른 약으로 대체해서 복용해야 한다.

여드름약의 경우 ‘이소트레티노인’은 귀나 얼굴 쪽, 중추 신경계와 심장에 기형을 유발한다. 이런 약은 실제로 노출되면 아기의 지능저하와도 연관돼 있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만약 이 약을 복용 중인데 임신을 계획하려 한다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최소 한 달 후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한정열 교수는 “특히 이소트레티노인은 국제적으로는 거의 마약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약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이나 규제가 없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이소트레티노인을 구입할 때 임신 반응을 체크해보고 처방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카페인, 알코올, 비타민은 어떤 영향을 줄까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알코올이다. 한 교수는 “가임여성 80% 정도가 음주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알코올로 인해 당장의 기형이 유발되진 않지만, 여러 신경계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로 아이가 학령기에 성적이 떨어지거나, 사회생활에서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으며, ADHD 등의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태아알코올 증후군으로 인해 정신지체나 안면기형, 성장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곽영린 연구원은 “임신 중인 직장인 분들의 상담사례가 많이 늘고 있는데 특히 직장 상사와의 회식자리에서 알코올 섭취를 권유받았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의 경우 임신부나 수유부는 하루에 1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 다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태아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의 경우 비타민B9인 엽산은 많이 임신부가 섭취해야할 영양소로 꼽힌다. 엽산은 DNA 합성 등을 통해 조직을 만들고 유전자를 발현하게 하는 등 생명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 예를 들어 무뇌아 등 기형을 예방하고, 아기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그 외 비타민A나 비타민E도 아기에게 필요하다.

특히 비타민D는 결핍이 오면 뼈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임신중독증과도 연관 있다. 한정열 교수는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비타민D를 2000IU 이상 섭취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돼 있지 않기 때문에 2000IU 미만으로 복용해야 하는 게 좋다. 또한 기본 종합 비타민에 들어있는 비타민D 용량만으로도 적정 섭취량에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유수유 중에는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종종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임신부들도 있다. 이들은 약을 중단하면 우울증이 재발하거나 조산,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임신 중에도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모유수유 이후다. 아이를 출산 후 모유수유로 영향을 줄까봐 모유를 아예 중단하고 분유로 먹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기에겐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한정열 교수는 “뱃속에서 아기가 엄마의 탯줄을 통해 약을 받아먹다가 태어난 후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아기도 금단증상이 일어나게 된다. 자지러지게 운다든지, 젖을 잘 빨지 않는 등의 행동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모유수유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대개 엄마들이 아기를 낳아서 직접 보다보면 더 마음이 쓰여서 감기약도 걱정하곤 하는데, 엄마가 100을 먹으면 아기에게 가는 건 1~2 정도다. 대부분은 약을 복용하면서 모유수유를 해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인지 모르고 약물을 먹은 경우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소중한 생명에 혹시라도 작은 문제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물은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전문상담센터를 통해 알아보고 불안함과 걱정을 덜 수 있다고 한정열 교수는 말했다.

가능하면 임신을 미리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임신을 미리 계획하면 약물에 노출될 일도 없고, 엽산을 복용하면서 아기 기형 유발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신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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