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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기 위해 ‘메디컬푸어’가 됐다

비급여 치료에 고통받은 암환자 생명연장을 포기하기도

조민규 기자입력 : 2017.03.20 15:24:04 | 수정 : 2017.03.20 15:24:00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치료비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너무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 건 없네요. 저는 어떻게든 살려고 합니다”

최근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며 질병치료에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가격이 고가인 치료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의료비로 인해 가계부채(家計負債)가 증가하는 가정을 ‘메디컬푸어’(Medical Poor)라고 한다. 

메디컬푸어는 대부분 의료비 부담이 큰 암 등의 중증질환에서 많이 발생한다. 신약의 경우 가격이 고가이다 보니 건강보험에서도 무조건적으로 급여를 해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환자는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 한달에 수백만원 이상 되는 치료비(약제비 등)는 일반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치료비 부담은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연장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자신보다 가족을, 남겨진 이들에게 부담을 남겨주지 않기 위해 더 살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 것이다. 

결국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들과 더 오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암 치료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 14년간 암치료를 해오는 환자 등을 만나 암 치료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내가 넉넉하면 좋겠지만 아들하고 사는데 부담도 되고= 이순(67·여, 가명)씨는 2012년 5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개인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큰 병원으로 옮겼다. 방사선치료 30번, 항암치료 4번 등 고통스런 치료를 받았다. 여성으로서 가슴 절제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치료의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치료비 부담이다. 이씨는 “우선은 완치됐는지 여부가 가장 큰 걱정이다. 그 다음은 치료비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치료를 위해 주사를 맞았는데 그때는 건강보험적용이 안돼 병원에서는 3년을 맞으라고 했지만 1년만에 중지했다”라며, “처음에는 1주일에 세 번 맞았는데 주사비가 비싸 내가 스스로 횟수를 줄였다. 지금도 그 주사를 맞는 환자들이 많다. 월 40~50만원 든다. 내가 넉넉하면 좋겠지만 아들하고 사는데 부담도 됐다. 검진 받는 것도 걱정된다. 자주 받아야 해서 비용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이라 보건소 통해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일시에 주는 것이 아니라 진료비 영수증을 줄때마다 조금씩 주더라. 한번에 주면 좋겠는데 이렇게 받다보니 같은 돈을 받아도 큰 도움은 안된다”라며, “젊은 분들은 치료비 때문에 생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우리가 혼내기도 한다. 정부에서 암환자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오는 4월27일 병원에 내원해 암 치료 최종 결과를 확인한다.

암 치료 14년차, 약값이 비싸서 치료 중단한 분들의 약을 받아 복용하기도= 주선재(74·남, 가명)씨는 2004년 신장암 진단을 받고, 올해로 14년째 암치료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도 암투병으로 인한 치료비 부담은 적지 않았다. 그는 “암이 재발해 약을 다시 복용했는데 비보험이었다. 의사 말이 비보험이라도 1년 쉬고 다시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더라. 이에 약을 처방받고, 치료비를 줄이고자 내가 복용하는 약에 실패하신 분들이 남긴 약도 조달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어차피 처방받은 약은 약국에 돌려줘도 환급이 안되니까. 그렇게 1년을 버텼다”라고 전했다. 

주씨가 암 치료로 복용한 약의 1개월 약값은 350만원정도인데 고용량을 복용하면 400만원이 넘는다. 일반 직장인의 월급이다.

그는 “살아야 하고, 효과가 있으니까 (돈이 없으면) 얻어서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며 “내가 14년차인데 두 번째는 그렇다 해도 세 번째에 효과가 있다면 보험을 해줘야 하지 않나. 오래 사는데 비합리적이다. 같은 약이라도 효과가 나중에라도 있으면 보험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씨는 “같이 투병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1000만원짜리 약을 먹었다고 하더라. 투병 중에 그분 말이 ‘가족도 어리고 어차피 해봐야 6개월을 더 사는데 경제적 부담으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런 분들은 너무 안타깝다. 기초수급자는 오히려 지원이 더 많은데 겨우 월급 받아 생활하는 사람 등 어중간한(지원 받지 못하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주씨는 “생명의 시험이라고 해야 하나.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시험 치러 가는 것 같다”며 암 투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장암으로 치료는 받고 있는 한 암환자는 “급여약으로 치료를 할 땐 그래도 보험이 되니 나름 경제활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지만 비급여약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두 번으로 마칠 치료가 아닌 4기 전이암 환자에겐 기약 없는 치료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내겐 희망이 없을 거 같아 무관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투병을 오래 하다 보니 암환자들을 보면 모두가 가족 같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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