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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판이 쏘아 올린 작은 공’… 희망 만드는 빅이슈코리아 편집국 사람들

김민석 기자입력 : 2014.08.14 19:06:55 | 수정 : 2014.08.14 19:06:55

안병훈 편집장

도혜림 기자(왼쪽) 임인영 기자

2010년 7월 국내에 첫발을 디딘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에게 자활의 계기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창간된 대중문화 잡지다. ‘빅판(빅이슈 판매원의 줄임말)’이 되기 위해서는 노숙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재기하고자하는 의지가 커야 한다.

빅판이 재기에 성공한 사례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됐다. 그러나 정작 홈리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편집국 기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일하고 하고 있을까. 11일 서울 이화동에 있는 빅이슈 편집국 사무실과 근처 카페에서 편집장과 4명의 기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세상엔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편집국 일을 총괄하는 안병훈 편집장은 창간 멤버다. 카페지기로 시작해 판매국 팀장을 거친 후 3년 전부터 편집장 역할을 맡고 있다. Mnet K팝스타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로이킴을 닮았다. 그에 따르면 월간지에서 격주간지로 전환된 직후인 2011년 8월을 전후로 빅이슈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시작은 포부가 컸어요. 그땐 직원이 30명을 넘었었죠. 편집국 인원만 13명 이었어요. 하지만 서울시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사업을 확 줄이면서 휘청거려야 했습니다. 한창 자리를 잡으려 할 때 직격탄을 맞은 거죠. 그때 모든 직원들이 최저임금을 받게 됐습니다. 많은 분이 떠났죠. 비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부분이거든요.”

다행스럽게도 매호 1만부 가까이 잡지가 팔리면서 위기를 넘겼다. 아이유가 표지모델로 나선 2012년 3월엔 1만2000부가 판매돼 첫 완판을 기록했다. 4월에도 완판 기록을 세워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2013년 5월부턴 3000원이던 잡지 가격이 5000원으로 인상됐고, 50페이지에서 100페이지로 증면됐다.

기자들의 업무량은 만만치 않았다. 편집장을 포함해 5명의 기자가 2주 만에 100페이지를 채운다. 기자들은 ‘돌아서면 마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것도 매회 20여명(누적 1835명)의 재능기부자들이 꾸준히 기고하고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빅이슈엔 ‘우리 동네 빅판’ 코너가 있다. 성실하게 일하는 빅판들의 사연이 소개되는 공간이다. 이 코너를 책임지는 이영민 부국장은 종합일간지 취재기자로 6년간 일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자발적으로 빅이슈에 합류한 것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꼭 눈에 띄지 않지만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각자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다른 것이니까요. 이 일을 하면서 즐거운 날이 늘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재능을 나눠주시는 분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어 좋습니다. 세상엔 좋은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심야버스에 대해 취재할 땐 꽃샘추위가 한창인데 새벽에 나와 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하고요.”

“선생님들로부터 배워요”

목소리가 예쁜 입사 1년차 임인영 기자는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임 기자는 빅판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저도 독자였어요. 신사역 가로수길을 지나다니다 잡지를 한두 번씩 사보게 됐죠. 솔직히 그땐 나 살기 바빴어요. 다른 독자들과 다를 게 없었죠. 그런데 우연히 빅이슈에 들어오게 되고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나니 관점이 달라졌어요.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죠. 제 미래에 대해서도요.”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는 기자가 있었다. 도혜림 기자다. 여리고 착한 마음씨가 전해졌다. “한동안 인터넷 신문사를 다녔어요. 회의감이 들었고 기자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그런데 빅이슈라면 한 번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이 힘들긴 마찬가지더라고요. 그건 직장인이라면 모두 느끼는 비애 아니겠어요?”

빅이슈는 편집국 직원으로 입사해도 15일 동안 판매국에서 빅판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이때 빅판들과 동등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부터 본다고 한다. 그런 가치관과 심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야 마음을 모아 잡지를 만들 수 있어서다. 도 기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인연을 맺은 빅판들과 꾸준히 안부를 묻고 지낸다. 자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빅이슈코리아에서는 판매할 잡지를 제공하는 것 말고 뭘 해주느냐고 할 때가 가장 속상해요. 아저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다시 만들어 드리고 통장도 다시 만들어 드리고 그러는데….”

“첫 달 고시원비를 지원해요”

안 편집장이 말을 받았다.

“홈리스분들이 빅판이 되겠다고 사무실을 찾아오면 임시 판매기간을 가져요. 15일간 잡지 판매를 할 수 있게 해드리죠. 이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판매원 아이디를 드리고 첫 달 고시원비를 지원해 드립니다. 그 이후로는 스스로 번 돈으로 거주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6개월 이상 저축하면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스스로 일어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거죠. 이분들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가 날 응원해주고 있다’는 믿음이거든요.”

빅이슈코리아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물었다.

“전 세계 빅이슈의 독자층은 20~30대 여성들로 같아요. 그래서 연예 쪽을 많이 다룰 수밖에 없어요. ‘자선이 아닌 소비다’가 빅이슈의 모토이기도 하고요. 일정 부분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는 잡지라서 한계점도 분명 있을 겁니다. 자체 생산 기사의 비율이 30%가 안 될 때도 있었죠. 올해는 6대4 정도로 직접 취재한 기사가 더 많습니다. 빅이슈의 색깔이 잘 드러나도록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빅이슈 기자들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매일 섭외를 위해 뛰어다녀요. 40통의 전화를 했다가 다 거절당한 날도 있어요. 힘이 들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엑소, 비원에이포, 빅뱅, 수지님들, 빅이슈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까 연락주세요”

빅이슈와 빅이슈코리아는?

빅이슈는 홈리스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자활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다. 그동안 폴 매카트니, 데이비드 베컴, 조앤 롤링 등 유명인들이 재능기부를 해왔으며 현재 10개국 14종이 발행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2010년 7월 5일 창간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에 이어 세 번째다. 격주간지로 호당 1만부가 발행되고, 현재 서울과 대전에서 판매되고 있다. 빅이슈는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권당 5000원에 판매되며 2500원이 빅판에게 돌아간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역 앞이나 거리에 있는 빅판들로부터 잡지를 구입할 수 있으며 지방에서는 정기구독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50여명의 빅판이 일하고 있으며 435명의 홈리스가 빅이슈를 거쳐 갔다, 그중 72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14명은 빅이슈를 떠나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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