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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人터뷰] “‘우프’는 공짜 어학연수? 가치관 바꿀 만큼 의미 있는 체험”

신민우 기자입력 : 2013.11.25 10:25:00 | 수정 : 2013.11.25 10:25:00



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 ‘우프코리아’ 운영하는 김혜란 이사

[쿠키 생활] “저는 돈은 아껴 쓰지 않아도 물이나 종이는 아껴 쓰려고 노력해요. 우리 사무실 가족 모두 마찬가지죠. 모두 호주에서의 우프(WOOF)를 통해 얻게 된 교훈이에요. 호주의 농촌에서는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설거지 했던 물을 변기에 다시 쓰거든요. 우프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철학을 가진 호스트(Host, 농장주)들과 만나 삶을 공유하고 그들의 가치관을 배우게 되는 거죠.”

김혜란 우프코리아(사단법인 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 이사에게 있어 우프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한 ‘터닝포인트’다. 건축을 전공했던 그는 대학교 졸업 후 3년 간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훌쩍 떠났다. 우프를 접하게 된 것도 호주에서였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늘상 생각하는 대로 ‘많은 수입과 높은 위치’가 성공의 기준이었던 그는 이에 연연하지 않은 채 행복하게 생활하는 호스트들을 만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 이사는 “우프를 마친 후 한국에서 다시 건축사무소에 다시 취직했지만 3개월 만에 관두고 말았다”고 말했다. 성향이 바뀌어버려 일이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봐야 할 목표는 이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 그와 마찬가지로 최근 우프를 경험하며 삶의 가치관이 바뀌는 젊은이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인 우프는 단체에 등록된 호스트들에게 숙식을 제공받으며 하루 4~6시간가량 농사일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1971년 ‘농업활동의 노동력 제공을 통한 세계문화 증진 및 교류’라는 기치 아래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세계 100여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는 1997년에 창립, 국내는 물론 해외로 나가는 우프를 장려하고 있다.

“‘우프코리아’가 창립될 당시 언론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공짜 어학연수’라고요. 농촌, 유기농 이런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죠. 젊은이들도 농가에서 무보수로 일을 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우프의 가치를 그렇게만 보고 청년들이 연수를 목적으로 우프를 방문했죠. 하지만 최근 1, 2년 새 농업을 다시 보는 시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일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농업을 금기(禁忌)시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성장해 온 젊은이들 중 영어를 목적으로 한 우프를 통해 어학연수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가치관까지바뀌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프 참가 이전에는 농촌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적었다면 이후 ‘내가 배우고 자라왔던 가치관이 나에게 맞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러한 선례들을 접할 때마다 우프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우프가 삶의 전환점이 된 이야기는 많아요. 명문대 학생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우프에 참여했다 귀국해 농촌봉사를 다니게 된 경우나, 우프에서 만난 연인이 결혼 후 귀농해 한국의 호스트가 된 사례도 있죠. 우리 사무실에도 금융권을 목표로 하다 합류한 친구가 있고 3년 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우프를 와 아예 한국에 정착한 가족도 있어요.”



66세의 나이로 전 세계를 누비거나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우퍼(WOOFer, 우프 참가자) 등 다양한 연령층이 우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보호자가 동참하지 않는 미성년자들에게는 참여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고심하던 김 이사는 ‘우프 어린이 캠프’를 고안했다. 현지 농촌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농사일도 하고 영어를 배우며 외국문화를 습득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7월 캐나다에서 1회를 실시한 바 있고 내년 1월에는 호주에서 캠프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프코리아의 계획을 들은 캐나다와 호주의 우프 대표부도 캠프 지원에 적극 나섰다.

“해외 우프와 관련된 어린이 캠프를 진행하는 건 최근 일이지만, 2010년 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라는 이름으로 우프코리아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기 이전에는 업무의 99%가 해외 우프와 관련된 일이었어요. 현재는 국내 우프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죠. 국내 호스트는 60여개가 있는데 이분들에게서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철학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그 끝에서 든 생각은 ‘농촌만이 살 길’이라는 거예요.”

김 이사는 우프를 통해 다양한 포부를 펼치고자 한다. 일반 농촌 사람들이 우프를 만나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부분이다. 또한 호스트와 외국인 우퍼, 한국문화와 한국인들 사이에서 농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 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친환경농법에 대한 정보가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할 수 없이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어요. 이 분들을 지원해주자는 호스트 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분들과 함께 유기농을 더욱 알리고 싶어요. 유기농 자체가 개인을 살리고 자연을 순환시키는 구조니까요. 여기에 농촌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농촌을 어렵거나 심각하게 보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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