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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객은 죽어도 우린 살아야지” 동양파이낸셜 대부, ‘동양 사태’ 직전 주식 대거 처분

김현섭 기자입력 : 2013.10.11 03:59:01 | 수정 : 2013.10.11 03:59:01


[쿠키 경제] 동양그룹 불법 자금 거래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공개되지 않은 내부 정보를 이용,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전 주식을 77만주 이상 대거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매매정지가 임박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때 사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국은 불공정 내부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코스닥 상장사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동양시멘트 주식 77만228주를 장내 매도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지난달 30일 23만727주를 주당 2375원에 처분했고, 법정관리 신청 당일인 지난 1일에도 43만9500주를 2329원에, 10만1주를 2336원에 팔았다. 거래소가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취하기 직전까지 18억여원을 갑자기 현금화한 것이다.

거래소와 금감원은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내부거래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담보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한 것은 당연히 시장 감시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 여부를 입증하려면 내부 통신자료 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거래정지 순간까지 계열사가 반복해서 대규모 매도 주문을 내는 일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법정관리 이후에는 거래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원래의 주식가치로 회복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매도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시멘트는 동양 계열사 가운데 비교적 견실해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컸던 점,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증권이 100%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부실 계열사들의 투기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을 팔아 자금을 수혈해주던 동양증권이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은 법정관리를 앞두고 임시 영업정지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매매거래 정지를 코앞에 둔 시기에 동양그룹 계열 상장사의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은 동양파이낸셜대부뿐만이 아니다. 동양레저와 계열사 임원들도 ㈜동양의 법정관리를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보유 주식 1만∼7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망해도 나만 살자” 대주주·임원 ‘먹튀’ 만연

회사가 위기에 빠질 걸 미리 안 대주주와 임원들이 정보 공개 이전에 주식을 내던지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미리 사거나 팔아 검찰에 고발되는 일이 매년 40여건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에 가슴을 칠 때 대주주와 임원들은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법정관리 직전 주식 던진 동양 임원=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내던진 정황은 이번 동양 사태와 관련해 상당수 동양 계열사들에서도 감지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동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30일 직전에 해당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10일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매직서비스 이관영 대표는 동양 주식 2만주 전부를 27일장에서 매도했다. 박찬열 동양TS 대표도 같은 날 동양 주식 2만주 가운데 절반인 1만주를 처분했다.

이들이 주식을 내다 판 날은 공교롭게도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사흘 전이었다. 이날 동양 주가는 주당 813원으로 전날(798원)보다 소폭 반등했었다. 이튿날 동양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동양의 거래 정지와 법정관리 신청 여부가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셈이다.

동양 계열사인 동양레저도 27일 담보권 실행으로 동양 주식 7만주를 던졌다. 이로써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의 주식 수는 기존 8878만2137주에서 8871만2137주로 줄었다. 동양레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동양증권 보통주 327만4450주(2.63%)를 처분하고 약 80억원을 챙겼다. 현재 동양레저의 최대주주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으로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 아들인 승담씨도 20%를 가지고 있다. 현 회장 일가가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고 있는 동양레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식을 미리 팔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혼자 빠져나가는 파렴치한 임원들=회사가 흔들릴 때 본인만 살겠다고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윤석금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가지고 있던 웅진씽크빅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김씨는 극동건설 부도로 웅진그룹 상장 계열사 주가가 대폭 떨어지자 이틀간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를 모두 매각했다. 웅진씽크빅 주식은 26∼27일 이틀 동안 26% 이상 급락했다.

2011년에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됐다. 조 회장은 회사자금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보가 공개되는 2011년 4월 13일이 되기 직전 조 회장은 차명계좌로 갖고 있던 보유 주식 3만8384주를 모두 매각했다. 최근 한 IT 계열 코스닥 업체도 상장폐지 직전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무려 41억4700여만원의 손실을 피해갔다.

악성 정보를 알고 이를 이용한 이들 대부분은 임직원이었다. 금감원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공개 정보 이용 검찰 고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162건 중 대주주와 임직원이 83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회사에 대해 허가·인가·지도·감독 등의 권한을 가진 준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건수도 13건에 달했다.

◇막을 수 없는 미공개 정보 이용=문제는 이들이 이용하는 정보가 기업의 존폐를 가를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이다. 실제 유동성 위기, 자본잠식 등 악재성 정보가 공개된 기업(79개) 중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곳의 58.2%(46개)는 2년 안에 상장 폐지됐다. 특히 그중 28개사가 6개월 이내에 상장이 폐지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 등은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방지해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룹 임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주주가 내일 법정관리를 신청할지 아닐지를 미리 알 수 없다”며 “추후에라도 적발을 잘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최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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