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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 그 흔한 오해와 진실

박주호 기자입력 : 2013.07.03 17:08:01 | 수정 : 2013.07.03 17:08:01



글·김영효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한국인은 성질이 급하다. ‘빨리빨리’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일까. 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이러한 풍경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겁에 질려 반쯤 울 듯한 아이를 데리고 외래 문을 열어젖힌 어머니의 입에서 대뜸 나오는 말이 “우리 아이가 비염인데 수술하러 왔어요!”일 정도다.

아마도 이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두세 군데쯤, 아니 너댓 군데쯤 여기저기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의원을 전전했을 것이다. 어느 병원에서는 축농증이라고도 하고, 또 어느 병원에서는 비염이라고도 하고, 또 어느 병원에서는 감기약을 지어 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두어 달쯤 치료해도 콧물이 떨어지지 않으니 성질 급한 한국인이 답답하지 않을 리 없다.

일단 ‘비염’과 ‘축농증’부터 바로 아는 것이 좋겠다. ‘비염’은 코 안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들어오면 콧살(비갑개)이 부어오르면서 맑은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를 호소하는 질환이다. ‘축농증’은 세균 감염 질환으로 누런 콧물과 코막힘, 두통 등을 호소한다. 언뜻 들으면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코막힘과 콧물이 공통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비염인 아이에게 두세 달씩 축농증 약을 먹이기도 하고, 축농증인 아이가 비염에 쓰는 콧물약만 계속 먹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따라서 일단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다.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위해 코 안을 내시경으로 진찰하고 원인 항원을 찾기 위해 피부반응검사 등을 시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징적으로 ‘집먼지 진드기’가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집먼지 진드기에 강양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럼 집에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인터넷에서 ‘집먼지 진드기’를 검색하면 이불을 삶아 빨 것, 햇빛에 널어 말릴 것, 실내 온도를 18도 정도로 유지할 것 등 수많은 방법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듯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다. 실제 이러한 방법들이 효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 개정된 알레르기 비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러한 집먼지 진드기 회피 요법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못하다.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기 위한 많은 시간, 노력, 비용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증상 예방이나 경감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차라리 증상이 심하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간편하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질환은 아니지만 심한 증상과 함께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질환이다. 환자의 학업, 일상생활, 업무능력 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최근 역학조사에서 전국민의 1/3 이상이 이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을 한 번의 수술적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퉁퉁 부어 코막힘을 유발하는 콧살을 ‘확’ 잘라내 버리면 좋지 않을까? 실제 1970~1980년대까지는 비대한 비갑개를 잘라내 주는 ‘비갑개절제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코 안이 넓어졌음에도 오히려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위축성 비염’이 발생되는 것이 보고되면서 현재는 이러한 수술 방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비갑개 점막에 고주파, 레이저 등으로 인위적인 손상을 가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와도 비대해지거나 콧물이 많이 나지 않게 하는 비갑개성형술과 같은 수술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수술 방법은 손상됐던 비갑개 점막이 재생돼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으면 6~9개월 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증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알레르기 비염의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면역치료’가 관심을 받고 있다.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항원(예를 들면 집먼지 진드기 항원)을 매일 매일 소량씩 노출시켜 그 항원에 대해 면역계가 ‘둔감(de-sensitization)’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원인 항원이 들어와도 더 이상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현재로서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유일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4~5년 이상의 긴 치료기간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가격, 그리고 아직까지는 모든 항원에 대해 면역치료를 시행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난제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불가능한 것일까? 오늘도 전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탁월하고 반영구적인 효과를 갖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필자 역시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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