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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의 스몰토크] '은밀하게 위대하게' 350만 관객 미스테리?, '김수현' 빼면 '좀비' 영화

전정희 기자입력 : 2013.06.10 11:08:01 | 수정 : 2013.06.10 11:08: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그] 시인 고은이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작가 공지영처럼 베스트셀러 소설가도 아니고, 시인 김용택처럼 서정 넘치는 스타작가도 아닌데도 말이다.

정작 고은의 이름은 알아도 그의 작품을 읽어본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데도 그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방점을 둘 수 있는 요인은 그가 ‘통일’을 주제로 시를 쓴다는 것이다.

인기 소설가 가운데 ‘국가의 사생활’을 쓴 이응준이라는 이가 있다. 2016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에 흡수 통일된 뒤 서울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서울은 부패경찰의 횡포와 이북출신 폭력 조직이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가디언지가 이응준의 작품을 높이 사 기사를 실었다. 우리 국민에게 통일은 민감하고 골치 아픈 주제이지만,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한 통일문제는 각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임을 그들은 안다.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평화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은의 시가, 이응준의 소설이 주목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의 북한은 좀비이다?”

지난 5일 개봉한 후 단숨에 관람객 350만명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한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영화가 됐다. 선명한 주제 ‘통일’도 일맥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주연 배우 ‘김수현(방동구 역)’만 보인다. 하나 더 쳐주자면 ‘효-어머니’ 정도다. 계몽, 오락, 액션, 스릴러 등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다. 관객의 반응은 대개 ‘…’이다.

영화에서 남파 간첩인 김수현은 왜 바보 연기를 하며 ‘무리하게’ 고정 간첩을 하는지, 남파 간첩끼리 왜 총질을 해대는지, 거기에 신파조 스토리텔링 방식의 어머니에 대한 무리한 감정 강요가 왜 들어가는지…억지스러운 장면이 너무 많다. 원작이 무리하다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설득력 있게 표현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굳이 의미를 불어넣자면 '북한 사람들은 좀비에 지나지 않는구나' 이다. 우리의 일상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그들은 방부제가 투입된 좀비처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우리 주위를 떠돈다. 영화에 나타는 그들(간첩)은 이제 두려운 대상도, 신경 써야 될 존재도 아니다.

‘김수현’ 스타파워에 길을 잃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독에게 ‘오늘의 북한은 좀비다’라는 비평 헌사(?)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영화는 원작 웹툰이 주는 이색 소재와 반전 등의 주제성을 찰 지게 따라잡지 못한다고 봐야겠다. 장철수 감독의 전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보여줬던 치밀한 구성과 그로인한 몰입이 이 작품엔 없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2000년 개봉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처럼 영화 텍스트가 되기엔 턱 없이 모자란다.

그런데도 관객 350만명을 돌파했다. 첫째는 여자 관객을 동원하는 ‘김수현’이라는 스타성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두 번째는 이 작품에 상대가 될만한 개봉 영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화 유통망도 한 몫을 했다.

사유(思惟)를 표현 하는 힘은 1990년대 이후 문학에서 영화로 넘어 왔다. ‘통일’은 잘 다루면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작이 될 수 있다. 영화가 단순히 오락만이 아닌 ‘텍스트’인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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