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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Z talk] ‘나는 가수다’ 예능의 탈을 쓴 ‘진짜’ 음악프로그램

김은주 기자입력 : 2011.03.12 20:53:00 | 수정 : 2011.03.12 20:53:00


"강일권의 댓츠 베리 핫

[쿠키 연예] “웩! 또 서바이벌이야?!”

‘나는 가수다’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이건 마치 과음한 탓에 올라오는 구토기를 필사적 의지로 억누르던 와중에 옆에서 속을 비워내는 이를 보고 결국 세상을 향해 내 안의 분노를 뿜어낼 때만큼이나 반사적인 것이었다. 지인이 로또에 당첨된 걸 보고 너도나도 로또 한 번 긁어보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처럼 뭐 하나만 대박 나면, 아류작 만들기에 바쁜 국내 방송 연예가답게 ‘슈퍼스타K’의 대성공 이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

그래서 ‘나는 가수다’의 예고를 접했을 때, 노래 좀 한다는 베테랑 가수들을 데려다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만든 이가 누구인가 이름을 봤더니, 세상에… 이 시대에 몇 없는 뜨거운 가슴으로 예능 프로를 만들어온 대가 김영희 PD다. 처음에는 동명이인이겠지 싶었다. 그리고 곧 베테랑 가수와 베테랑 PD가 함께 막장을 타는구나 싶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지난 3월 5일 첫 방송이 된 ‘나는 가수다’는 감히 말하건대 예능의 탈을 쓴 ‘진짜’ 음악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나가고 각종 반응들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바이벌’이라는 차별화 없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비롯하여 ‘가수의 서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호평 못지않게 많더라. 실제로 ‘일반인이나 연예인들도 모자라 노래 잘하는 가수들까지 모아서 순위를 매기고 이게 뭐 하자는 거야!’라며 개탄스러워한 분들 참 많으실 거다.

그런데 난 그 표면을 보지 말고 속을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근래 이렇게 노래만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프로그램은 없었다. ‘나는 가수다’의 본래 의도는 가수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라이브다운 라이브를 들려주기 위함에 있다. 서바이벌과 오디션이라는 시스템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사한 일종의 페이크(fake)인 셈이다. 혹자들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근래 흔하디흔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택했다는 점과 어쨌든 그러한 포맷을 선택한 이유가 시청률을 의식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비판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황금시간대의 주요 음악 프로그램들은 아이돌 가수들이 점령해버렸고(노파심에 말하지만, 아이돌 가수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있던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은 폐지되거나 늦은 시간대로 옮겨져 계륵 같은 존재로 치부되고 있는 게 오늘날 가요계의 현실이다. 지금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 복제하기에만 혈안이 돼있는 방송국의 권력자들 틈에서 개인기와 예능 감각이 아닌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황금 시간대에 들려주기 위해 그렇다면, 과연 어떤 포맷이 최선이었을까? 난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격언은 이럴 때 필요한 말이다.

그리고 역으로 생각해보면, 포맷 자체는 별다를 게 없지만, 이 정도 실력과 경력을 보유한 가수들을 모아 서바이벌을 진행한다는 그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그동안 선배급 되는 가수들이 방송에 나오면 진행자나 후배 가수들이 상전 모시듯 오버하는 게 국내 대중음악계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는 하나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유명한 베테랑) 가수들은 일단 감탄부터 보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 같은 가요계의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이 정도 이미지 손해를 요구하는 게 뭐 그리 커다란 잘못인가(개인적으로는 이를 ‘이미지 손해’라고 표현하고 싶지도 않지만)?!

진정한 가수에 대해 존경과 사랑을 표하는 건 그들의 음악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그 음악에 대한 감동을 표현하며 지지를 보내는 것이지, ‘고귀하신 가수님들을 이런 순위 매기기에 들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중이 가수를 서열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부터 너무 지레짐작이다. 아무리 선진국보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대중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겉모습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큼 우매하지는 않다.

물론, 이제 겨우 첫 회가 나간 프로그램을 두고 너무 섣불리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막말로 김영희 PD가 ‘눈 한 번 질끈 감고 더 자극적인 예능 프로 만들어보자’라고 맘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앞서 ‘진짜 음악프로그램이다!’라고 강력하게 호평한(그리고 바라는) ‘나는 가수다’에 우호적 한 사람으로서 김 PD님에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예능 씬이야 그렇다 치고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연출할 때 카메라 워크나 편집은 좀 더 멋들어지게 신경 좀 써주세요. 그리고 한창 노래가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를 때 갑작스레 안 끊어주시면 감사!”

강일권 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 편집장(www.rhythmer.net)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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