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차두리, 그가 ‘큰 바위 얼굴’인 이유

기사승인 2015-04-01 17: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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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차두리, 그가 ‘큰 바위 얼굴’인 이유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밉기도 했다. 축구를 너무 잘하는 아버지를 둬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못 가니 여러 기분이 들었다.”

차두리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 내용은 진심이었다. 국민들은 공감했다.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 커서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그래서 은퇴를 결정한 것도 모두 이해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차범근의 아들로 견뎌야 했던 차두리 선수는 국가대표 은퇴를 축하해주기 위해 꽃을 들고 걸어오는 아버지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곤 아버지를 안고 소리 없이 흐느껴 울었다. 이 순간 차범근의 아들이 차두리의 아버지를 실력과 인격 모든 것을 얼마나 닮았는지 증명했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아버지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갖추신 분이다. 축구적으로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선수였다. 집에 돌아가면 그런 아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네스트는 집 앞에 절벽을 깎아 만든 것 같은 ‘큰 바위 얼굴’을 보며 ‘언젠가는 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사람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마을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듣고 유년기와 청년기 그리고 성인이 된다. 유명한 부자, 장군, 정치인 모두를 만났지만 끝끝내 ‘큰 바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이야기하고 있는 어네스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저 사람이 큰 바위 얼굴’이라고 외친다.

차두리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그리고 팬들은 그를 레전드라 불렀다.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있다.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피그말리온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이를 본 미의 여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1964년에 로버트 로젠탈과 포드는 학생들에게 쥐를 통한 미로 찾기 실험을 시켰다. 미로를 잘 빠져나오는 A그룹과 그렇지 못한 B그룹의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A그룹은 대학생들이 정성을 다해 키운 반면, B그룹은 소홀히 대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쥐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 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이 실험은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담임선생님과 학생에게도 동일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국민들은 차두리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를 보고 싶어 했다. 축구팬들의 기대에 따라 실력이 향상돼 궁극적으로 또 한 명의 차범근이 나오길 바란 것이다. 차두리 스스로도 그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바위 얼굴’이 돼 있었던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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