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두목곰 김동주, 은퇴식 없는 ‘프랜차이스 스타’로 남나

기사승인 2015-01-31 14: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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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두목곰 김동주, 은퇴식 없는 ‘프랜차이스 스타’로 남나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김동주는 ‘은퇴식’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까.

프로야구 ‘두목곰’ 김동주가 31일 은퇴를 결정했다.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지도자 제의를 뿌리치고 방출을 요구해가며 현역 연장의 의지를 보였지만, 입단이 기대되던 신생팀 KT 위즈(Wiz)와 협상이 결렬되며 그를 품어줄 팀은 더 이상 없었다.

비록 2014 시즌을 끝으로 스스로 나왔지만 김동주는 두산을 대표하는, 두산의 상징적인 스타 플레이어다. ‘두목곰’이라는 별명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동주는 17년 간 1625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309, 1710안타, 273홈런, 1097타점을 기록했다. 2000년 5월 4일엔 1982년 잠실구장이 지어진 이래 사상 첫 정규리그 장외홈런을 터뜨렸고, 잠실에서만 131개의 홈런을 작렬시킬 정도로 서울 야구팬들에겐 특별한 존재다.

김동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은퇴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성대한 은퇴식이다.

‘야구 천재’ 이종범(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012년 5월 26일에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드를 타고 고향인 광주구장으로 왔다. 동료, 후배, 선배, 팬, 스승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선수로서 피날레 자리를 빛내줬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화려한 레이저빔 쇼와 함께 아버지가 시구자로 나서고 자신이 시타자로 타석에 나서는 등 명성에 걸맞는 은퇴식을 치렀다.

롯데의 ‘영원한 맏형’ 조성환(현 롯데 전력분석원)도 지난해 8월 23일 사직구장에서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가 시구·시타·시수비를 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동주도 프로 데뷔 후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이 같은 은퇴식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김동주는 쉽게 말해 ‘꼬인’ 경우다.

2012년부터 1군 출장 횟수가 줄어들면서 코칭스태프와 관계에 있어 좋지 않은 소문이 흘러 나왔고 2014 시즌이 끝난 후엔 급기야 자신이 직접 방출을 요구했다.

명실상부한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은퇴한 시점에서 두산에겐 ‘이미 떠난 선수’가 돼 버린 것이다. 김동주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쓸쓸한 은퇴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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