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꼴찌가 어디서 놀아”… 혹사를 향한 박수? 야신 신드롬

기사승인 2014-11-04 17: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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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꼴찌가 어디서 놀아”… 혹사를 향한 박수? 야신 신드롬

프로야구의 장외가 뜨겁습니다. 꼴찌 한화 이글스를 개조하겠다는 ‘야신(野神)’ 김성근(72) 감독의 의지가 장외를 가열하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의 개막으로 클라이맥스에 돌입한 장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열기입니다. 장외는 지금 ‘야신 신드롬’입니다.

4일 인터넷에는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화 선수단의 사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흙을 잔뜩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인 연봉 15억원의 강타자 김태균(32)과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지도를 받았던 김 감독을 한화에서 다시 만나 울상인 정근우(32) 등의 사진이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훈련의 시작은 오전 7시40분입니다. 김 감독이 훈련장으로 나오는 시간은 오전 8시30분이죠. 훈련은 오후 6시까지 계속됩니다. 휴식은 점심시간이 유일합니다. 이 마저도 고작 20분입니다. 선수들은 빨리 먹고 빨리 일어나 운동장을 달려야 합니다.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오후 6시30분입니다. 샤워하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오후 7시30분이죠. 그렇게 하루가 끝날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끝낼 김 감독이 아니죠. 오후 9시까지 야간훈련이 이어집니다.

과거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악명을 날린 김 감독의 ‘지옥 훈련’입니다. 3년 연속 꼴찌의 체벌을 받기라도 하듯 한화 선수들은 지난달 29일부터 강행군을 계속했습니다. 훈련은 9개 구단 팬들의 시선을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정근우의 경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한 팔을 바닥에 늘어뜨려 쓰러진 모습을 포착한 스포츠지의 사진이 패러디물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김 감독을 비난하거나 선수들을 동정하기는커녕 환호하고 있습니다. “더 굴려라” “팬들을 실망시킨 벌이다” “내년에는 꼴찌에서 탈출하길 바란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화 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감독이 한화의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에서 했던 발언도 화제였습니다. “휴일을 하나도 안주려고 해요.” “꼴찌가 어디서 놀아요.” “김태균이나 정근우는 다 휴일인데 어제부터 연습하기 시작했을걸요.” 한화 선수들은 앞으로 3년간 김 감독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선수들에겐 무시무시할 겁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은 한화의 안팎에 짙게 깔렸던 패배감을 기대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적어도 팬들에겐 그렇습니다. 김 감독을 환대하는 한화 팬들의 반응은 케이블채널 tvN의 인기 코미디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원칙을 바꾸지 않는 김 감독의 방식은 과거 SK나 LG 트윈스,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선수에 대한 혹사나 내부 소통 부재에 대한 논란이었죠. 하지만 김 감독의 외골수 같은 리더십은 ‘탈꼴찌’를 선언한 지금의 한화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을 청와대도 인정한 걸까요. 김 감독은 오는 7일 청와대에서 리더십 특별강연을 합니다. 대상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직원들이죠. 김 감독은 청와대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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