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맞은 日야구, 이번엔 외국인 배신 쇼크…달아난 美투수 “일본 안녕~”

기사승인 2011-04-03 1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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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일본 열도가 대지진 극복을 위해 국민적 힘을 쏟고 있지만 현지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는 좀처럼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막일 변경으로 불거졌던 오랜 내홍을 끝내자 이번에는 외국인 투수의 배신으로 또 울었다.

일본 언론들은 올 시즌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뛸 예정이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신 투수 브라이언 배니스터(30·미국)가 동북부 대지진 나흘 만인 지난달 15일 미국으로 무단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작별을 통보했다고 3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지난 시즌까지 MLB 캔자스시티 로얄스에서 뛰었던 배니스터를 지난 1월 전격 영입했다. 2006년 뉴욕 메츠에서 MLB에 입문한 배니스터는 2007년 이적한 캔자스시티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고 12승9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주목 받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부진이 시작됐다. 그가 지난 5년 간 MLB에서 작성한 기록은 37승50패 평균자책점 5.08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7승12패 평균자책점 6.34으로 40명의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요미우리는 그러나 그의 145km짜리 직구와 다양한 구질에 주목했다.

1990년 야쿠르트 스왈로스 소속이었던 아버지 플로이드(55)에 이어 부자가 일본에서 뛴다는 점도 요미우리의 구미를 끌어당겼다. 배니스터에게 책정된 연봉은 1억2000만엔(약 16억원). 30대 초반에 ‘퇴물’ 취급을 받게 된 배니스터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대우였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자발적 대피를 권고(3월17일)하기 이틀 전 돌연 귀국한 배니스터는 같은달 말 요미우리 구단에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약을 끝내겠다”고 통보만 보냈다.

일본 야구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양대 리그의 개막전 일정 조율을 놓고 오랜 내홍을 겪었고, 이를 겨우 마무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탓에 더 그랬다. 요미우리는 본보기라도 보여주겠다는 듯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을 다짐했다.

우선 그가 돌연 귀국했던 지난달 15일자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팀에서도 배니스터를 영입할 수 없도록 제한선수를 공시했다.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는 “상당히 일방적 통보였다. 단호하고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괘씸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거액의 벌금까지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도 배니스터 헐뜯기에 동참했다. 요미우리 구단 계열 요미우리신문이 발행하는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이번 조치는 징계 해고”라고 전했다. 현지 스포츠지 ‘스포니치’는 협회 규정에 따른 배니스터의 연봉 감액을 분석하며 배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