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주고 아들 보낸 아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거야”

기사승인 2009-09-14 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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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5살 아이의 아빠가 ‘가슴 저린 편지’를 병원측에 보내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

14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장기기증을 한 준호(5)군의 아버지가 최근 담당 의사에게 감사의 뜻과 함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로서의 슬픔 같은 복잡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준호의 아버지는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으로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하늘나라 가서도 우리 아들 좋은 일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썼다.

그는 “한편으로는 우리 준호의 일부분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준호가 아주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고 너처럼 잘 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못 다한 인연, 다음 세상에서는 오래오래 함께 하자. 우리 아들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게”라고 끝을 맺었다.

준호군은 지난 7월초 물놀이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7월28일 최종 뇌사판정을 받자 그의 부모는 오랜 고심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준호는 심장과 간, 신장을 기증했고 만성질환자 3명이 새 삶을 살게 됐다. 특히 아이의 신장이 작기 때문에 신장 2개를 1명의 성인환자에게 한꺼번에 이식하는 고난도의 수술이 시행됐다. 환자들이 회복한 이후 병원측이 “감사패를 드리고 싶다”고 연락을 하자, 준호 아버지는 답신으로 이같은 글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거나 사진 찍기는 사양했다.

병원 관계자는 “아들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힘든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부모님에게 새 생명을 얻은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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