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치언’‘국체보상운동’…황당한 광화문광장 오타

기사승인 2009-08-17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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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챔치언(챔피언의 오타), 국체보상운동(국채보상운동), opining(opening), readership(leadership)…’

초등학생의 일기장에 적힌 단어가 아니다. 파리의 샹젤리제, 워싱턴의 내셔널몰 같은 한국의 랜드마크를 지향하며 지난 1일 개장한 광화문광장에 한글 영어 오타가 난무해 서울시가 뒤늦게 수습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역사가 새겨진 ‘역사물길’에도 황당한 오타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국체보상운동’과 ‘세계챔치언’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밤 관람객이 없는 틈을 타 ‘1907 국채보상운동’과 ‘1966 김기수 권투 세계챔피언’으로 수정했다. 8일 동안이나 오타를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지난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전시된 ‘광화문광장 준공 기념 특별 사진전’도 오타의 연속이었다. ‘leadership’(리더십)의 l과 r이 바뀌어 ‘readership’(독자수)으로, ‘opening’(개방)의 e 대신 i가 들어가 ‘opining’(의견을 말하다)이 쓰여졌다. 과거형인 ‘burnt down’(전소했다)이 쓰여야 할 자리에 ‘burn down’(전소하다)이 기록된 전시물도 있었다. 이 전시물들도 지난 4일 밤 수정됐다. 전시를 준비한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너무 급하게 전시를 준비하다보니 이런 실수가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수정 여부가 남은 것은 이순신 동상 앞에 있는 바닥 표지판이다. 표지판은 이 장군 직업을 ‘general’이라고 소개한다. 육군 장교를 주로 일컫는 이 단어 대신 해군 제독을 의미하는 ‘admiral’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서울시는 이번주 내에 역사학자와 번역가가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단어를 빨리 고쳐서 논란이 없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는 “황당한 오타” “광화문광장의 옥의 티”라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