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피싱범에 ‘역(逆)피싱’ 오히려 돈 받아…네티즌 “통쾌하다” 열광

기사승인 2009-08-16 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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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이른바 ‘메신저 피싱’ 사기꾼에게 범상치 않은 ‘재주’를 발휘한 네티즌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2일 네티즌 아이디 ‘우산**’은 자신의 블로그에 메신저 피싱 시도가 있었던 사례를 올렸다. 대부분 메신저 피싱을 겪은 사례는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나 사기임을 알아채고 속지 않았다며 주의를 촉구하는 정도이지만 이 네티즌은 오히려 ‘역피싱’에 성공했다.

자신의 지인 아이디를 도용해 말을 걸어오며 300만원을 요구하는 상대방이 메신저 피싱범임을 알아챈 그는 처음에는 돈을 보내주겠다는 식의 느낌을 줬다. 이후 자신의 통장이 적립식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었다며, 현재 잔고가 480만원인데 잔고가 500만원 이하일 경우 송금을 할 수 없다고 사기꾼을 자극했다.

이에 사기꾼이 “다른 사람에게 (20만원을) 부탁해보라”고 종용하자, 그는 “지금 사무실엔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네가 20만원을 넣어주면 내가 320만원을 보내주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사기꾼은 그에게 20만원을 보내주고 말았다.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눈물 흘리게 했을 사기꾼에게 “내가 속을 것 같니?”라며 조소를 보낸 후 경찰서로 향했다.

이 네티즌은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메신저 화면과 20만원이 입금된 은행 거래 내역을 일일이 캡처해 보여주고 있다. 또 그는 사기꾼이 보낸 20만원이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쳐 받아낸 돈일수도 있다고 생각해 돈이 송금된 은행과 경찰에 직접 연락을 취해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훈훈한 모습도 선사했다.

이 이야기는 네티즌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많은 피해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범죄이니만큼 사기꾼을 골려준 일이 매우 통쾌하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의 블로그에는 “대단하다”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에게도 메신저 피싱 시도가 왔었는데 왜 그렇게 못했는지 아쉽다” 등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으며, 다른 블로그와 게시판 등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메신저 피싱은 특정 네티즌에게 지인을 가장해 메신저로 말을 건 후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속여 가로채는 신종 범죄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피해 건수는 1392건이다. 그러나 사기범들이 중국에서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174건에 그칠만큼 추적이 어렵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지인의 메신저를 통한 금전 요구는 무조건 거절하거나 해당 지인에게 전화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신중함과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