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면접서 ‘존경하는 대통령은?’ 모범답안 정해져 있다”

기사승인 2015-11-26 0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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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면접서 ‘존경하는 대통령은?’ 모범답안 정해져 있다”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국내 A 대기업 면접에서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이 나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답이 당락까지 결정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면접 앞둔 지원자 “제 생각을 말하기 보다는 취업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A기업 면접에서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이 단골로 나온다는 것은 이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A기업 2015 상반기 채용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22일 한 커뮤니티에 “면접에서 존경하는 대통령을 물어본다면 뭐라 답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A기업 면접이며 제 생각을 말하기 보단 우선 취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새는 또 질문이 더 어려워져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빼고 말하라고 하는데 누구를 말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요?”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댓글로는 “명불허전 A기업이다. 제가 면접 볼 때는 지원자들이 다 박정희 말하더라”, “면접 수준 참.그런데 이게 빈출 질문이라는 게 더 문제다”라는 글들이 달렸다.

전 직원 “노무현 전 대통령 존경한다고 답하면 감점”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원자들의 고민은 헛된 것일까. 채용 과정에서 몇 차례 면접관을 했었던 A기업의 전 직원은 ‘모범답안’이 정해져 있으며 질문에 대한 답이 당락까지 결정한다고 증언했다.

간부급으로 3여 년 동안 일했다가 지금은 이직을 했다는 B씨는 18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013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인적성 검사에 있었고 정답은 ‘아니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도 면접에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인가’인데 모범답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모범답안을 얘기하면 그냥 넘어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얘기하면 ‘왜 그런가’라는 후속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얘기하면 감점이 될 뿐 아니라, 붙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의 나오는 이야기들은 단순한 추정이 아닌 셈이다.

B씨는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김어준씨, 주진우 기자 등이 쓴 ‘좌파’ 경향의 책을 읽었다면 감점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보자 B씨는 이 같은 행태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전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정치 성향을 묻는 배경에 대해 B씨는 회장을 꼽았다.

B씨는 “회장이 사내 강연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임직원들이 이를 진리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B씨가 제공한 A기업 회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2012년 6월24일 강의 속기록에 따르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통령 된 분이 있었어요. 엄청난 성취를 이룬 거죠. 그렇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면 크리스천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죠”라고 평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 한 분, 굉장히 과대평가된 대통령 한 분을 알고 있어요. 한 지역에서는 하나님 다음으로 알고 있는데. 아들 셋이 다 감옥 갔어. 난 그분이 실패한 분이라고 생각해”라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미 2차례나 불거진 ‘정치 성향’ 묻는 면접, 매번 말로만 사과

A기업이 채용과정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A기업은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 검사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찬반을 물어 논란이 됐다.

지난 16일에도 A기업 계열사가 신입 채용을 진행하면서 국정교과서, 세월호, 천안함 사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묻고 면접관의 입장을 사전 배포한 사실이 알려졌다.

A기업은 두 차례 모두 사과하고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2013년 상반기까지는 지원자들의 논리성이나 중요시하는 가치 등을 알기 위해 ‘존경하는 대통령’을 물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차례 논란이 불거진 이후는 이 질문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모범답안이 정해져있고 감점이 될 수도 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논란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면접관들을 상대로 면접 매뉴얼을 통해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면접 매뉴얼’을 제시하지 못했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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