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살인’ 김일곤, 첫 재판서 검사 노려보며…“살생부 조사해달라”

기사승인 2015-10-30 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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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살인’ 김일곤, 첫 재판서 검사 노려보며…“살생부 조사해달라”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지난달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35세 주모씨를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한 김일곤(48)이 3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거 직후 때와 마찬가지로 “억울하다”는 ‘황당 주장’을 펼쳤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공판에서 김씨는 억울하다면서 자신이 살해를 목적으로 타인들의 이름, 직업 등을 적은 일명 ‘살생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겠다고 우기기도 했다.

2시에 쑥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온 김씨는 먼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착석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에게 강도살인, 사체손괴, 일반자동차 방화, 살인예비죄와 특수강도 미수, 절도, 공기호부정사용및행사 7개의 혐의를 적용해 진술했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던 김씨는 검찰이 사체손괴 혐의에 대해 설명하자 이따금씩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재판을 보기 위해 온 피해자 주씨의 여동생은 2번째 줄 방청석에 앉아 내내 눈물을 훔쳤고, 검찰이 김씨의 잔인한 사체손괴에 대해 세세히 말할 땐 울음소리가 잠시 높아지기도 했다.

간간이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김씨는 검찰의 모두 진술 뒤 재판부에 “드릴 말씀이 있다”며 “(예비 살해 명단을 적은) 리스트에 대해 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이후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메모지에 작성했으며 여기에는 자신이 진료 받았던 병원의 의사, 간호사, 식당 여사장, 서울 시경 형사 등 총 28명의 이름과 직업 등이 기재돼 있었다.

김씨는 “그 명단이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서 “명단을 조사하면 제 처벌이 무거워질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그냥 물러날 순 없다. 저 자신에 대해서 억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 명단 때문에) 내가 고통을 받았다”고 “조서를 작성해서 언론에 공개해 달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명단 조사에 이어 김씨는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의 억울함 없이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사건과 무관한 가정환경 조사를 하는 등 나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없는 재판은 무효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김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모두 진술한 검찰을 노려보며 “여러 부분이 허위로 기재돼있다”며 “웃지 마라!”고 외친 뒤 끌려가듯이 법정을 나갔다.

다음 재판은 내달 11일 오후 4시10분에 열린다. jjy4791@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