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낯선 땅에 '툭' 던져 놓고 알아서 해라?”… 안전은 뒷전인 유명 해외인턴십

기사승인 2015-04-24 0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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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낯선 땅에 '툭' 던져 놓고 알아서 해라?”… 안전은 뒷전인 유명 해외인턴십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영어 능력이 검증되는 해외인턴 경험이 취업 스펙 중 으뜸으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고 한국무역협회(협회)가 시행하는 글로벌무역인텁십 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대부분 연수생들이 대기업·중견기업의 해외지사에 파견되는데다 곧바로 정규직으로 취업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1년에 두 차례 50명씩 뽑는데 매번 800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5대1에 이른다. 또 연수생 중 15% 정도는 곧바로 채용된다고 했다.

협회는 2000년부터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난 15년 간 192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계획’ 사업을 추진하면서 청년무역인턴십이라는 명칭이 글로벌무역인턴십으로 변경됐다.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무역아카데미에서 1개월 간 연수를 거친 후 6개월 간 20개국의 국내외 기업에 파견된다. 연수생들은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현지 마케팅 등의 무역실무를 경험하게 된다.

청년들 눈물 쏙 빼는 ‘주먹구구식’ 해외 인턴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해외인턴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청년실업률을 낮추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도 ‘무급’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업 기관들은 지원금이 끊길까봐 취업률 부풀리기에 급급하고, 취업준비생들은 전공과 관계없는 단순 노동에 투입돼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빈털털이로 돌아온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글로벌무역인턴십 프로그램은 ‘열정페이’ 비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연수생들은 매달 협회에서 나오는 60만원의 지원금과, 최소 500달러(54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합쳐서 110만원 이상으로 최소한의 월세와 생활비는 지급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 참가자의 학부모는 글로벌무역인턴십 역시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8일 중국에 아들을 보냈다는 A씨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 달 전쯤 교육을 한다면서 한달 수강료로 200만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국가 예산이 투입될 텐데 말이죠. 특히 걱정했던 부분이 뭐냐면 아들이 지난 주말 중국으로 출국했는데 지정된 숙소가 없다는 거예요. 출근은 20일부터 하라면서 그냥 툭 던져 놓은 거죠. 낯선 땅에 가서 나쁜 일을 당하면 난감하잖아요. 딸이면 더 걱정 되겠죠. 최소한 아이들이 6개월 동안 단기로 머물 수 있는 숙소는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학 등록금보다 더 비싼 인턴십 비용

협회는 지난달 4주 동안 무역협회 산하 무역아카데미에서 해외 무역상사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무역실무, 해외마케팅, 비즈니스 외국어 등을 연수생들에게 교육했다. 연수비용은 수도권 소재 대학일 경우 200만원, 지방 소재 대학이면 150만원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할 경우엔 부모가 지원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20대가 마련하기에는 부담되는 액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방에 있는 학생이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한 달에 적어도 100만원이 필요하고 등록금까지 25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출국 때도 방세와 보증금, 초기비용까지 적어도 300만원은 가지고 가야 첫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데 그러면 550만원이다. 글로벌무역인턴십을 참가하려면 대학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렇게 본다면 상대적으로 넉넉한 아이들만 기회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등록금으로 200만원(150만원)을 받기 시작한 지 8년쯤 됐다”며 “이는 국내에서 사전 연수를 시키는 비용으로, 기업은 교육을 받지 않은 인턴들을 사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등록금을 받아도 비용엔 턱없이 부족해 협회에서 1억원을 더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으로 교육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교육비와 해외 체재비는 별개다. 정부로부터 8억4000만원 정도 지원받고 있는데 이것으로 항공 요금과 보험료·비자비 등 현지 체재비를 실비로 정산하고 남은 돈은 반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고를 다 냈기 때문에 연수생들과 부모들이 비용 부분은 다 알고 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관계자는 특히 “전체 연수생 중 30%인 30여명 정도는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을 선발해 등록금을 면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부터 비용에 관한 부분을 공고를 통해 미리 알리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과도한 것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다만 타 해외인턴십 프로그램보다는 월급 수준이 양호한 편이다. A씨도 “해외인턴십이라는 게 현지 기업에 가서 실무를 배우는 기회이니 만큼 급여가 얼마인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방 구하지 못해 이틀 동안 호텔 전전

A씨는 비용보다는 안전을 걱정했다. 자신의 아들이 무턱대고 중국에 갔다가 방을 구하지 못해 이틀 동안 호텔을 전전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중국의 대도시에선 집주인이 1년 단위로만 계약을 원해 6개월 동안 머물 월세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때문에 A씨의 아들은 이틀 동안 방을 구하지 못해 허덕거렸으며 결국 6개월 후 다른 세입자를 소개하고 해당 부동산 수수료까지 물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야 했다.

A씨는 “두 달 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 140만원과 월세 70만원에 중계 수수료까지 냈다. 중국의 도심지여서 물가가 서울보다 더 비쌌다”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이 현지 기업에 갔더니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며 “정해진 숙소도 없이 다른 나라에 툭 던져 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연수자가 주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머물 수 있는 숙소는 지정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A씨는 “긍정적으로 보면 홀몸으로 가서 부딪혀 보는 게 하나의 좋은 경험일 될 수도 있지만 딸을 위험한 타지에 보냈다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느냐. 낯선 땅에서 밤에 돌아다니다가 지갑이라도 잃어버리고 이상한 짓을 당하기라도 하면 어쩌느냐”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종 학생들이 뭉쳐 함께 생활하고자 무턱대고 출국하는 경우가 있다”며 “숙소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확실히 교육을 했어야하는데 불찰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문제가 없었다고 할 텐데 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돼 그렇게 여기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출국 전 두 번 정도 미팅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과 현지 생활에 대해서 교육을 했다”면서 “학생들이 숙소를 구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뉘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들어가면 80만원 정도로 비용이 세다. 그래서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서 월세를 분담하는 방법으로 살기도 한다. 또 한 도시에 혼자 가는 경우는 보통 회사에서 집을 구해준다”고 했다. 또 “이틀 동안 숙소를 마련하지 못한 건 아주 특수한 경우”라며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지만 점점 연수생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부모들 전화 점점 늘고 있어

이 관계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부분에 대해선 “첫 달에는 초기정착금이라고 해서 세 달치 지원금이 한꺼번에 나가게 돼 있는데 연수생들이 모두 나간 뒤에 일괄 집행하려다 보니 아직 못 나간 건 사실”이라며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지급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13기 연수시기를 애매하게 잡아 학생들이 1년을 휴학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올해는 모든 인턴사업이 늦어졌다”며 “정부에서 해외인턴 사업 제안을 접수받는데 그 결정이 2월 말에 났다. 협회는 곧바로 공고를 내고 모집해 교육까지 한 달 보름 만에 파견을 보냈다. 이 때문에 전년도 평가를 통해 잘하고 있는 곳은 자동 배정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정부에서는 또 재학생들보다는 졸업생들을 보내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인턴십과 연계한 해외 취업 목표를 30%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