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김기종, 그는 왜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공격했을까

기사승인 2015-03-06 09: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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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김기종, 그는 왜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공격했을까

5일 오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김기종(55)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했다. 그는 조찬 중인 리퍼트 대사에게 달려들어 25cm의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는 이 칼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공격했다. 오른쪽 광대뼈부터 턱밑까지 자상을 입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면도칼 공격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점이다.

얼굴 부위에 대한 공격, 과연 무슨 의미로 볼 수 있을까.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은 살인의 원인에 대해 연구해왔다. 폭스(Fox)와 레빈(Levin)과 같은 학자들은 권력원인살인(power-based homicides), 복수원인살인(revenge-based homicides), 충성원인살인(loyalty-based homicides), 이익원인살인(profit-based homicides), 그리고 테러원인살인(terror-based homicides)으로 다섯 가지로 유형을 나눴다.

이와 더불어 공격부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머리(Head), 목(Neck), 가슴(Chest), 복부(Abdomen), 팔(Upper Limbs), 다리(Lower Limbs)로 나눴다. 이 중에 성적살인은 피해자의 목이 공격부위였다. 성적살인의 경우 71%가 목조르기(strangulation)를 한다. 둔기에 의한 안면손상의 경우 75.3%가 면식범에 의한 살인이었다. 횟수에 있어서는 공격을 몇 회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해자의 감정 상태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격횟수에 따라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격노한 공격, 오버킬신드롬, 피해자의 확실한 사망을 위한 공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인신공격(personal attack)과 신체 공격(physical aggression)은 유사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모두 좋거나 반대로 모두 나쁘게 보려는 경향이 있다. 좋거나 나쁜 것은 인지 편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 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과 같다. 논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이성이 파괴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무관련성의 오류(fallacy of irrelevance)라고 한다. 이처럼 인신공격은 논리성이 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비판하는 것을 인신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주먹을 쥐거나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는 것은 힘으로 상대방을 가격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다. 상대방에 대한 화와 분노를 몸의 일부를 통해, 주먹의 형태를 만들어 움직이는 것이다. 1993년 보비트 사건에서 평상시 남편의 일방적인 성관계로 우울증을 앓았던 아내가 남편의 성기를 잘라 분해기에 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분노를 신체의 구체적인 일부를 통해 표출하는 것은 심리상태와 신체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리퍼트 대사에 대한 신체 공격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김씨의 경우 머리와 목 그리고 가슴이나 복부의 부위로 나눠 본다면 머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머리는 생각과 말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나 미국 정부의) 말과 생각에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5cm나 되는 칼을 들고 머리를 향해 휘두른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말보다 그들의 그것이 더 크고 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심리학에서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구별한다.

두려움은 내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이고 그리고 무서움은 분명한 외부의 대상을 보고 생기는 감정이다. 김씨의 이전 행동들을 보면 자신의 내면에 두려움이 가득해서 자신보다 강하고 큰 것을 향해 감정전이를 한 후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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