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세종시 편의점 총기 살인범, 동거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기사승인 2015-02-25 14: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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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세종시 편의점 총기 살인범, 동거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총 4명이 사망한 25일 오전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편의점 총기 난사 사건은 치정극이었다. 피해자는 편의점 사장과 사장의 아버지, 사장 여동생의 동거남이며 용의자는 사장 여동생의 전(前) 동거남인 강모씨로 알려졌다.

강씨의 전 동거녀가 경찰에 1년 6개월 전 헤어진 후 ‘재산 분할’ 등 금전적 문제로 다퉈왔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이별범죄’이다.

최근 들어 젊은 층과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이의 ‘이별범죄(Separation-Crime)'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랑했던 사람에게 ’살인‘과 ’폭력‘을 선물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겠다. 이전의 다른 글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심리학에서는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별한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이성을 옆에 두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로 인해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서 옆으로 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다.

강씨가 동거녀를 사랑했다면 금전 문제는 절대 이런 잔혹한 살인극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동거까지 했던 여자와 주변 인물들을 재산 갈등으로 죽이려 했거나 죽였다는 건 강씨가 동거할 당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려던 게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 동거녀로 인해 자기 행복을 누리려 했다는 걸 나타낸다.

이번엔 돈 문제가 중간에 끼어들긴 했지만, 최근 애인이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하거나 심지어 살해까지 했다는 뉴스가 종종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애인을 사랑하지 않았다. 좋아했을 뿐이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마음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헤어지면서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를 일시적으로 가지게 된다. 이 장애는 자신이 애착했던 대상(사물)이나 대인(사람)으로부터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분리될 때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불안을 없애려고 대상과 대인을 없애는 것이다. 불안의 반응은 신체와 심리로 나눈다. 신체로 불안이 오면 구통, 구토, 복통과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리로 불안이 오면 악몽, 울음, 걱정, 장소거부, 시간거부와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 불안을 느끼는 스스로가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내성적인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소아 우울증이나 사회 공포증 또는 범불안장애를 가지게 된다. 즉 자신이 그 불안에 의한 고통을 몸에 새겨서 지니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소유하고 지니는 것이 아니라 불안도 마음과 생각에 새겨서 글자무늬처럼 지니게 된다. 마치 신체에 문신을 그려 넣은 것과 같다.


외향적인 경우에는 불안이라는 개념을 ‘나약함’으로 여긴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자신의 부모로부터 강압을 받았거나 폭행을 당한 경우 또는 부모 사이에 폭행을 본 경험을 경우에는 성장해서 연인과 헤어질 때 몸과 마음에 새겨진 경험을 그대로 모방하게 된다. 특히, 부모가 술을 먹고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라면 자신도 자라서 술을 먹고 폭행을 하게 된다.

이별범죄에 사용되는 도구는 ‘손, 칼, 불, 총’으로 다양하고 강해지고 있다. 그만큼 가족이 사회가 국가가 아픈 것이다.

가족이 아프면 사회도 아프다. 사회가 아프면 국가도 아프다. 아픈 곳에는 밴드를 붙여줘야 하는데 밴드 붙이는 속도보다 아파하는 속도가 더 빨라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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