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의혹까지 휩싸인 조현아, ‘1등석 공짜’ 실상은?

기사승인 2014-12-19 17: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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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횡령 의혹까지 휩싸인 조현아, ‘1등석 공짜’ 실상은?

일명 ‘땅콩 리턴’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등석 공짜 이용’ 의혹에까지 휩싸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1등석 항공권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면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며 18일 서울서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출장이 아닌 ‘사적 목적’으로 1등석 항공권을 몇차례 무상으로 이용했다면 임원으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며 사적으로 이득을 취한 업무상 횡령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19일 “조 전 부사장이 사적으로 항공편을 이용한 것은 연간 1∼2차례 정도로 항공료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할 부분은 다 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회사 임직원의 경우 빈 좌석이 있으면 개인 용도로 연간 35차례까지 좌석 클래스와 상관없이 일반석 항공권 요금의 약 10%를 내고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또 임원의 경우 직급에 따라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1등석 왕복 항공권 정상운임은 뉴욕∼인천 노선의 경우 약 1300만원이다. 이번 사건 때는 조 전 부사장이 출장 중이었지만 개인적 여행이었다면 일반석 요금(약 300만원)의 약 10%인 30만원 정도를 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무 이상은 1등석을, 상무와 상무보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1등석은 대부분 자리가 남아도는 편이라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외의 많은 항공사가 임직원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대한항공의 초기 증거인멸 시도를 보면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면서 “개인 여행을 가면서 서류상으로는 출장을 간 것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원정출산을 하러 하와이에 갈 때도 전근 인사발령 형태를 취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항공 임원의 항공권 혜택이 대다수 직원과 비교해 너무 큰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무 이상 임원이 타는 1등석은 대부분 좌석 여유가 있어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지만 특히 성수기에 좌석 여유가 별로 없는 일반석을 이용해야 하는 직원에게는 빈자리가 없어 '그림의 떡'인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공항에 갔다가 만석이라 집으로 돌아왔다든가 외국 여행을 갔다가 귀국할 때 빈자리가 없어 낭패를 겪은 일 등이 두루 회자된다.

좌석을 사전에 예약하려면 요금의 10%가 아닌 50%를 내야 하므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퇴직 임직원에게도 재직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연간 8차례 항공권 혜택을 준다. 항공권 클래스는 퇴직 때의 클래스와 동일하다.

회사를 떠난 조 전 부사장은 재직기간(16년)의 절반인 8년간 매년 8차례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