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그렇게 싫었나’ 1억6000만원을 버리고 태우고… 하루에 세 번 고생한 경찰

기사승인 2014-10-30 16: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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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그렇게 싫었나’ 1억6000만원을 버리고 태우고… 하루에 세 번 고생한 경찰

하루 세 차례에 걸쳐 1억6000만원 가량을 태우거나 버린 돈을 경찰이 찾아줬다.

29일 낮 12시 20분쯤 서울 도봉경찰서 도봉1파출소에 한 남성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수백만원을 인출해 현금카드와 함께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는 황당한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50대 남성이 현금과 수표 389만원을 찾아 실제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것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서울 도봉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정신분열증 5급 김모(52)씨로 경찰은 3시간 뒤 김씨를 만나 돈을 돌려줬다.

하지만 오후 3시 55분쯤 또다시 황당한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한 남성이 돈을 태워 하수구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389만원 가운데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3장은 모두 타 버렸고, 5만원 짜리 2장과 1만원 짜리 31장도 일부 탄 상태였다.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돈은 48만원밖에 없었다.

경찰은 김씨 행동으로 보고 그가 사는 한 고시원으로 찾아가 돈을 건넸다.

사건이 일단락 될 듯 했지만 오후 7시쯤 이번엔 김씨 동생이 “형이 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했는데 잃어버렸다”고 다급하게 신고를 했다. 경찰은 김씨 고시원으로 찾아가 돈을 어디에 뒀냐고 묻자 그는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답했다.

경찰은 30분간 수색해 한 은행 근처 하수구에서 1억원 짜리와 6000만원 짜리 자기앞수표 각각 한 장을 찾아냈다.

김씨가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1억6000만원을 인출할 때는 직원한테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문경재 도봉1파출소장은 30일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입건은 하지 않았다”며 “지폐를 공중에서 날리는 경우는 가끔 봐왔지만 억대의 돈을 태우거나 버리는 경우는 경찰 생활 36년 만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한 파출소 전 직원이 은행으로 출동해 후레시 등을 이용해 주변을 뒤져 돈을 찾아냈다”며 “큰 돈이 쓰레기통과 하수구에 버려질 뻔 했으나 다행히 가족에게 무사히 전해졌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