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병헌(44·사진)씨가 음담패설을 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한 걸그룹 멤버 A씨(20)와 모델 B씨(24)씨는 이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다 이뤄지지 않자 협박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송규종 부장검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공갈 혐의로 A씨와 B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세 사람은 올해 7월1일 지인을 통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처음 알게 됐고,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나 같이 술을 마시는 등 어울렸다.

A씨와 B씨는 이씨가 B씨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낀다고 여겼다. 이에 두 사람은 교제 대가로 이씨에게 집이나 용돈 등을 받아낼 생각을 했고, 거절당할 경우 7월3일 찍어놓은 음담패설 동영상을 들이대 협박하기로 했다.

B씨는 지난달 14일 이씨에게 “혼자 사는 집으로 옮기고 싶다”며 집을 사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만 만나자’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만 돌아왔다.

A씨와 B씨는 이씨와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해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기로 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2시40분 이씨를 서울 논현동 B씨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A씨의 스마트폰을 싱크대에 세워놓아 몰래 촬영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B씨는 이씨와 포옹할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집 밖에서 기다리던 A씨가 들어갔다.

두 사람은 “오빠 (음담패설)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집이 어렵고 빚이 많다. 그거 갚으려고 돈을 요구하는 거다”, “오빠한테 얼마나 이미지 타격이 있을지 아느냐”며 대놓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부탁해 인터넷에 올리기로 했다”며 음담패설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들은 이씨 앞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꺼내놓으며 현금 50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는 곧바로 집에서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두 사람은 지난 1일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광고모델 일을 하면서도 별다른 수입이 없었고 A씨 역시 장기간 활동이 없어 역시 소속사에 3억원 넘는 빚을 진 상태였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