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성희롱에 폭언에 오선지 강매했다는 숙대 작곡과 교수들의 남탓

기사승인 2014-09-17 1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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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성희롱에 폭언에 오선지 강매했다는 숙대 작곡과 교수들의 남탓

숙명여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강의실을 나와 피켓을 들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까지 구성했지요. 교정엔 교수의 만행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고 학생들은 “우리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배후세력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숙대 작곡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중심엔 윤모(49)·홍모(57) 교수가 있습니다. 이들은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취재진을 앞에 두고 “학생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그들의 문제 제기는 “배후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학교 측이 음대 운영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학교가 ‘배후’라는 걸까요.

작곡과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 보죠. 학생들은 두 교수가 수업 중 성희롱과 인신모독성 폭언을 일삼았고, 50분씩 해야 하는 1대 1 개인지도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행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홍 교수는 과제를 해오지 않은 한 학생에게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가 뭐냐. 혹시 밤일을 나가느냐’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두 교수는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학생들이 당시 상황과 관계없이 특정 단어만 나열해 폭언으로 비쳐졌다”며 “‘밤일…’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교육 차원에서 꾸중을 하긴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인을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죠.

규정된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현악 작곡 수업은 한번에 진도를 많이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실습을 나눠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제를 제출할 때 써야하는 오선지와 졸업작품집를 강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오선지 등을 판매하는 건 1993년부터 이어져 온 관례”라며 “판매대금은 모두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수업시간은 짧았고, 판매가 이뤄진 건 사실이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제지간이 틀어질 대로 틀어졌습니다.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이런 중 지난 2일 숙대 홈페이지 내부 학생 게시판에 올라온 졸업생들의 글이 눈길을 끕니다.

10학번 졸업생 20여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공동입장을 내놨습니다. 후배들을 응원하며 두 교수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교수들이 레슨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아 차가운 대리석바닥에 앉아 기다리면서도 ‘우리 과는 원래 그래’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4년간 (교수가) 악보를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용기를 내준 후배들에게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적었습니다.

하루 이틀 일어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심적 고통을 느낀 학생들이 많았네요. 다행히도 현재 학내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명명백백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1일 학내 게시판에 올라온 음악대학 학생회장의 글에서도 잘 드러나더군요. 그 글의 마지막 문단이 인상 깊었습니다.

“더 이상 침묵할 수도 인내할 수도 없었습니다. 패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입니다. 숙명여대 작곡과를 살려 주십시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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