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긴 말 ‘살려주세요’”…윤 일병 사망, 그 날의 전말

기사승인 2014-08-31 16: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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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긴 말 ‘살려주세요’”…윤 일병 사망, 그 날의 전말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폭행 사망사건 발생 당시의 보다 자세한 정황이 전해졌다. 숨지기 직전 윤 일병은 가해자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사건의 핵심목격자인 김 일병의 진술조서를 31일 연합뉴스가 입수해 보도했다. 진술조서에서 김 일병은 “저렇게 맞다가는 맞아서 죽든지 윤 일병이 자살해서 죽든지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윤 일병에게 “너 계속 이러다가 맞다가 죽는다. 네가 제대로 해야 안 맞잖아”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일병은 의무대로 배치받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의무대에 입실해있었다.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폭행당하고 숨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유일한 제3자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4월 6일 오후 4시 떠들썩한 소리에 잠을 깼다”며 “이모 병장과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선임병들이 또 윤 일병을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만두와 닭튀김을 먹던 중 윤 일병이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의 구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초기 군이 발표한 것처럼 음식물이 목에 걸려 숨진 건 아니었다고 김 일병은 말했다. 윤 일병이 뺨을 맞을 때 음식물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가 침상에서 헐떡일 때에도 음식물이 목에 걸려서 숨이 찬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일병에 따르면 폭행당하던 윤 일병은 침상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 병장은 3초를 줄 테니 먹고 오라고 했다. 윤 일병은 필사적으로 뛰어갔지만 3초 만에 물 마시기는 불가능했다. 또다시 주먹질이 시작됐다. 결국 윤 일병은 소변을 지리고 침상에 쓰려졌다. 사경을 헤매던 윤 일병은 마지막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웅얼거렸다.

이런 중에도 이 병장, 이 상병, 지 상병은 돌아가면서 윤 일병의 배와 가슴을 때렸다고 한다. 윤 일병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제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고 김 일병은 털어놨다.

가해 병사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도 함께 밝혀졌다. 이 병장 등이 김 일병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예요” “그때 (김 일병은) 자고 있었던 걸로 하자”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병사들은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3군 사령부 검찰부는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