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기름유출 ‘비상’…“해상오염 2차피해 막아라”

기사승인 2014-04-24 00: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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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사고 해역 주변으로 번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색작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인근 양식장 등으로 번질 경우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3일 사고 해역 주변에 검은색과 갈색, 무지개색을 띤 기름띠가 조류를 따라 확산됨에 따라 긴급 방제작업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연료 탱크에 컨테이너 박스 등 화물이 충돌하면서 생긴 구멍으로 기름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연료탱크의 유증기를 빼내는 ‘에어밴트’를 통해 기름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있다. 에어밴트는 평상시에는 열어놓다가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가 잠그고 탈출해야 하는데 세월호 기관사가 열어놓은 채 배를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기름이 장기적으로 계속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벙커C유 139㎘, 경유 39㎘, 윤활유 25㎘ 등 총 203㎘의 기름이 실려 있었다. 이는 200ℓ짜리 드럼통 1015개 분량으로, 지난 2월 15일 부산 남외항 선박 사고 때 유출된 기름량(237㎘)에 육박하는 양이다.

정부는 환경오염 경보 단계를 사고 당일 오전 11시 ‘관심’으로 발령했다가 지난 19일 오전 5시 ‘주의’로 끌어올렸다. 주의 단계는 실제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경보다. 대형유조선이 충돌하거나 침몰했을 때 이 경보가 발령된다.

기름 유출이 본격화된 19일 이후 발견된 시신 일부는 기름에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기름으로 인한 시신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제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인근 동·서거차도 마을 일부 어장과 미역 어장에 흘러 들어감에 따라 해당 어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고가 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5해리 반경 8㎞ 안에는 양식장 10곳이 61만㎡에 걸쳐 분포해 있다. 대부분 톳과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키우는 곳들이다. 일부 양식장 곳곳에는 이미 시커먼 기름이 엉켜들어간 상태다. 진도군청에는 ‘양식장에서 기름띠를 봤다’는 어민들의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팽목항 인근 서망항에 현장 지휘소를 설치한 정부는 해경과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을 통해 방제선 20여척을 마련하고 흡착재를 투입했다. 1차 목표는 기름이 확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며 기름을 흡착시켜 회수하는 것이다. 또 기름이 해안까지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오일펜스 500m와 흡착롤 2000m, 각종 방제작업용 물품을 서거차도에 배치했다. 어업지도선을 이용해 해안가 순찰도 강화했다.

그러나 방제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맹골수도의 물살이 워낙 강한데다 소조기가 끝나가면서 조류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 속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잠수부가 에어밴트와 기름 유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단시간에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