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들이 어른거려” 한국은 지금 지옥이다… 참혹 사고 온 국민 심리적 재난

기사승인 2014-04-20 19:55:00
- + 인쇄
“죽은 아이들이 어른거려” 한국은 지금 지옥이다… 참혹 사고 온 국민 심리적 재난

‘대리 외상’에 빠진 대한민국… 온 국민 심리적 재난 상황

[쿠키 사회] 세월호 침몰 이후 닷새간 기적의 생환을 기도했던 대한민국이 ‘심리적 재난 상황’에 빠졌다. 마침내 구조대가 선체 내부에 진입했지만 기대했던 생존자 대신 안타까운 시신만 대거 발견했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상황에 놓였던 실종자 가족들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TV로 지켜본 국민들은 간접경험 트라우마에 맞닥뜨렸다.

고려대 의대 김정일 교수는 “지금 우리는 국가적 ‘바이케어리어스 트라우마’(Vicarious Trauma)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고, 최태산 전국재난심리지원센터 연합회장은 “온 국민이 타격을 입은 국가 규모의 심리적 재난 사태”라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객실에서 시신들이 나온 20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선 실종자 가족 수십명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갔다. 가족들은 회의를 열고 “정부 대응을 못 믿겠다.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겠다”며 청와대로 가기 위해 버스를 대절했다. 가족 70여명이 체육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려 하자 경찰 100여명이 가로막아 3시간여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생존 소식을 기다리다 극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이들이 깊은 절망과 분노, 배신감 등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는 격한 분노를 쏟아내는 형태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수백명이 수몰되는 참사를 생중계로 지켜본 일반 국민들의 트라우마도 매우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TV 생중계를 통해 어린 생명들이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현장을 많은 사람이 지켜봤다. 이 장면은 반복적으로 비춰져 시청자들의 트라우마를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많은 이들이 TV 중계를 보며 배 안의 참혹한 광경을 상상하게 됐다. 상상이 현실에 근접하면 직접 목격한 듯 뇌리에 각인돼 오래 남는 대리 외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국한된 충격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 규모의 심리적 재난에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많다. 국민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불신하게 되면서 국가의 신뢰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들, 그리고 자식을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잃는 걸 간접 체험한 모든 학부모에게 대리 외상이 가해졌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강력한 불신의 벽을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이 상황을 국가적 심리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을지대 최삼욱 교수는 “대리 외상을 줄이기 위해 재난방송 등 자극적인 정보를 접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팩트 위주로 필요한 정보만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ey Word : 대리 외상

Vicarious Trauma.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간접 경험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빠지는 현상. 간접 외상으로도 불린다. 주로 참혹한 사건·사고를 자주 접하는 경찰관이나 소방관, 그 피해자들을 대하는 간호사나 심리치료사들에게 나타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

[‘대리 외상’에 빠진 대한민국] 트라우마 도미노… 국가 차원 ‘정신적 외상 관리 시스템’ 절실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에게 준 ‘대리 외상’(바이케어리어스 트라우마)은 어느 정도일까. 심리학자와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수몰되는 끔찍한 장면을 속수무책 지켜본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첫 작업은 정부가 이제라도 사태 수습 능력을 보여주고 재난대응 시스템을 정비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정신적 외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패닉에 빠진 부모들 “우리 아이도…”=세월호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는 대개 40, 50대다. 전문가들은 이들과 비슷한 연령층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상황, 오열하는 동년배를 지켜보다 보면 인간의 공감 본능이 자동적으로 발동한다. ‘내 아이가 타고 있다면…’이란 생각을 이 연령층은 누구나 한번쯤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을지대 조성남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생면부지 사람들 때문에 눈물 흘리고 분노하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이 돼서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죽어가는 과정이 생중계된 이번 참사는 공감 능력이 배가돼 직접 겪은 듯한 심리적 통증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험은 대단히 충격적이어서 장기 기억장치에 저장되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태산 전국재난심리지원센터 연합회장(동신대 교수)은 “(사고를 직접 당하지 않은 학부모들로서도) 불안과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우리 아이도 저런 사고를 당할 수 있겠구나’ ‘사고가 나도 구할 방법이 없겠구나’하며 막연했던 공포를 현실처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래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연령층도 상황이 좋지 않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모(29·여)씨는 “방 안에 누웠다가 이 방에 물이 가득 차 질식하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아무리 훈련된 특수부대가 온다 해도 나를 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이런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사람 10명 중 1명은 평생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서바이벌 증후군, 트라우마 도미노=전문가들은 상당수 국민이 세월호 생존자의 정신적 외상과 비슷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통상 ‘서바이벌 증후군’을 겪는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정신적 외상으로 이어진다. 극도의 무력감이나 자책감, 분노나 공격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서바이벌 증후군의 극단적 사례는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이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이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돕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을 바라보는 심리적 충격은 거의 실체에 가깝다”면서 “그 상황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데, 이는 그들(희생자 가족)의 정신적 외상이 나의 상처가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출된 아이들, 사망·실종자 가족 등 피해 당사자의 대리 외상이 주변으로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당사자→가족→친지·이웃 등으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대리 외상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면서 “단원고 교감 자살의 경우 다른 교사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빙빙’ 돌다 보면 도미노 현상처럼 사회적 트라우마로 연결된다”고 했다.

◇침몰한 국가 신뢰 기반=전문가들은 대리 외상을 입을 경우 ‘공포·무기력·분노→불안→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현상은 국민적 불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국민적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이번 참사는 정부 위기관리 능력의 ‘밑천’을 전부 드러냈다. 세월호에 탑승한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실종·사망자 수를 수차례 번복하는 촌극을 빚었다. 고질적인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은 국가재난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김정일 교수는 “커다란 대리 외상을 겪더라도 극복하면 더욱 성장한다는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참사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대증요법만으로 대처했다”며 “매번 타이밍을 놓쳐 피해를 키우고도 후속조치마저 제대로 안됐다”고 꼬집었다.

정신적 외상을 관리하는 체계도 시급하다. 직업의 특성상 대리 외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처럼 체계적으로 접근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사의 경우 ‘디브리핑’ 과정이 있다. 심리치료를 하면서 겪게 되는 자신의 정신적 외상을 다른 상담자에게 얘기하면서 해소하는 것이다. 사건·사고를 현장에서 접하는 경찰관을 위해 경찰청은 ‘트라우마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동대 심리학과 신성만 교수는 “일반인의 경우 대리 외상을 다루는 전문적 준비나 지식이 부족해 상당히 오래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서적으로 탈진된 느낌이 들고 분노조절 장애, 우울감, 집중력 저하, 막연한 공포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

[‘대리 외상’에 빠진 대한민국] 선진국은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피해 반복 최소화

미국 등 선진국은 대형 참사를 겪을 때마다 재난 현장대응, 심리치료, 사후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유사한 사태에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외상 후 성장(PTG)’을 주도한 것이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지켜본 미국인들은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14%가 심각한 정신질환, 20%가 중증 정신질환을 앓았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사에서 2006년 16%, 2007년 21%가 PTSD 판정을 받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심해졌다.

170여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부상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 폭탄 테러에선 생존자의 45%가 정신불안 증상을 보였고 그중 34%가 PTSD로 발전했다. 9·11테러 때도 1개월 후 조사에서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성인의 9.7%가 우울증을, 7.5%가 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쟁에 참여한 미국은 이미 1989년부터 보훈처 산하에 ‘국립PTSD센터’를 두고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대형 참사가 잇따르자 9·11테러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직접 재난 대응과 심리치료를 담당토록 했다. 피해자 지원 웹사이트와 핫라인이 즉각 개설됐고, 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 일반인도 이 서비스를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도 매년 9월 11일이 되면 심리치료 지원 시스템을 전 국민에게 안내한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도 국민적 트라우마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고베 대지진 이후 정신적 충격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후생노동성은 1년6개월간 대규모 연구 끝에 2003년 1월 ‘재해 시 정신보건 의료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규모 재해·사고 관련자의 PTSD 발병을 줄이고 발병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매뉴얼이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대규모 범죄나 사고에도 적용된다.

채정호 대한불안의학회장(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대구 지하철 참사, 천안함 폭침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는데도 우리는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적 외상을 조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 추적조사는 일개 병원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진도 여객선 침몰] 생존 학생들 “눈 감으면 바닷물이…” 극심한 불안·죄책감

‘제2 강 교감 막아야’… 심리안정 비상

“잠이 안 와. 눈을 감으면 물이 다시 나를 덮치는 것 같아….”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고대안산병원.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인 단원고 A군이 왼쪽 손등에 수액 바늘을 꽂고
황토색 담요를 두른 채 1층 로비 구석을 서성였다.
검지 손톱 끝으로는 이동식 철제 수액걸이대를
쉴 새 없이 따닥따닥 두드렸다.
불안감이 잔뜩 반영된 몸짓이다.
A군은 침몰 당시 배가 급격히 기우는 순간 선실 한쪽에 몰려있던
친구들이 뒤엉키며 시커먼 바닷물에 묻히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며칠 내내 수색을 방해했던 날씨는 짓궂게도
사고 닷새 만인 이날에야 다시 따뜻해졌다.
그러나 A군은 찬 바닷물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수시로 담요를 끌어안으며 움츠렸다.
친구 2명이 그의 등을 두드리며 “올라가서 좀 쉬자”고 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내가 미쳐버릴까 봐 눈을 못 감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벌겋게 핏발이 선 눈은 초점을 잃었다.
딱딱딱딱….
철제 막대에 손톱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생존 학생들은 극단적인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신체적으로는 경미한 타박상만 입었더라도 정신적으론 ‘중증 외상’에 해당하는 충격을 받은 이들이 많다. 감수성이 한창 풍부할 나이에 받은 고통도 적잖은데, “나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까지 더해져 생존 학생들의 정신적 혼란은 극에 달한 상태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가동하고 심리상담 및 치료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입원한 고대안산병원에서는 증상이 심한 일부 학생들에 대해 1대 1 심층면담에 착수했다. 병원은 학생들의 안정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가족 이외의 면회를 차단했다.

학생들은 상담을 거쳐 상태에 따라 전문기관에서 심층 치료를 받게 된다. 행동 요법을 통한 인지행동 치료, 뇌 활동을 촉진시켜 심리적 충격을 완화시키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요법, 뇌파를 이용한 뉴로피드백 등 다양한 치료법이 동원된다.

눈앞에서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본 학생들은 시각·청각·촉각적 이미지가 남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고려대 의대 신경정신과 김정일 교수는 “추운 물 속에서 아이들이 발버둥치며 죽어가는 모습이 계속 떠올라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 “만약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울증 등 만성 스트레스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상 후 성장(PTG)을 위해서는 빠르고 담대한 심리치료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심리치료는 긴 과정, 차분히 집중 치료를=전문가들은 “심리적 치유가 늦어질 경우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까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뿐만 아니라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장애는 종종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생존 학생들이 현재 수면 장애와 소화 장애, 과민반응 등을 겪고 있다.

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최삼욱 교수는 “아직 성장기인 아이들의 경우 집단 트라우마가 성인 이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 비슷한 상황에 대한 공포 또는 무기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심리적 충격의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또 “당장은 무덤덤할지라도 6개월 뒤에 느닷없이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나는 등 우려 요소는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황인호 전수민 기자 vicky@kmib.co.kr

[진도 여객선 침몰] 전문가 1000여명 ‘심리지원단’ 구성
안산 중·고교생들 대상 우선 착수


안산시민 전체 심리치료 지원 어떻게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가 집중된 경기도 안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치료가 지원된다. 안산시민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경우 ‘중앙재난심리지원단’을 통해 심리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꾸려진 중앙재난심리지원단은 20일부터 단원고를 비롯한 안산시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신과 의사 등 전문 인력 4∼5명으로 구성된 심리지원팀은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상담하고 집중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을 찾아내기로 했다.

사고 피해자들이 안치된 장례식장에 이미 심리지원단이 파견돼 있지만 아직까지 치료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고영훈 안산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지금은 사고 수습이 어떻게 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심리치료를 신경 쓰지 않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피해자들 스스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지만 심리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이번 사고의 경우 심리치료는 시간을 다투는 사안일 정도로 중요하다”며 “우선은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심리전담팀을 파견해 조금이라도 치료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리지원단은 신경정신과 의사, 상담치료사 등 심리치료 전문가 약 10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우울·심리상담, 심리치료·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자별로 설문조사와 기초상담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를 파악한 뒤 집단 심리상담을 펼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전문 상담을 시행하는 등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안산시민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심리지원단이 개설한 비상전화(031-413-1822)로 연락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심리지원단은 전화 통화로 1차 상담을 거친 뒤 가까운 치료기관을 안내하거나 직접 방문해 심리치료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서 격리시키고 일상생활 재개 최대한 도와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대처법

천재지변, 사고, 전쟁, 범죄 등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사건 후 겪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부른다. 피해자들은 악몽을 꾸거나 환각을 경험한다. 아예 사건 일부를 잊거나 관련 장소·사람에 대해 입을 닫는 회피현상을 겪기도 한다. 불면·분노·불안도 PTSD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손떨림, 두근거림처럼 몸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PTSD로 진단된다. 대부분 사건 직후 증상이 나타나지만, 몇 년 후 다 잊었다고 느낄 즈음 시작되기도 한다.

사고와의 ‘거리’는 PTSD에서 결정적인 요인이다. 사건 당시 얼마나 가까이서, 오랫동안, 강하게 충격을 받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건 이 대목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미 닷새째 계속되고 있고 훨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1차 피해자인 승객뿐 아니라 가족, 목격자, 친구,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2차 피해자)과 구조대원·응급의료팀(3차 피해자)까지 충격의 파장이 넓고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을 사고 현장에서 격리하고 구조 및 피해 관련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PTSD 전문가인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의 위로를 받고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현장에서 격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도 “구조된 학생과 학교에 남은 아이들 모두 일상을 재개하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정상화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했다.

치유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월호 침몰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실상 전 국민이 대형사고의 목격자(2차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영문 국립공주병원장은 “9·11테러를 겪은 뉴욕시가 그랬듯 나라 전체가 서로를 위로하는 치유공동체가 될 필요가 있다”며 “촛불집회를 열고 성금을 걷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각자의 치유의식을 치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