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기획] 박근혜 정부의 핵심 모토 '안전한 사회'는 탁상공론인가?

기사승인 2014-04-21 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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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정부가 내건 ‘안전한 사회’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정부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다 ‘골든타임제’ 등 새로 도입한 대책도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해운조합 등이 각자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한 사회 구현’은 구호에 불과=현 정부 조직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국민안전을 총괄하는 부처로 만든 것이다. 안행부 내에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하고 정부의 재난 대응 설계도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안전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안행부는 중대본이 관계부처와 함께 재난피해를 최소화하고 민·관·군 협동 대응과 함께 신속한 피해복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올해는 초기 대응이 늦어 국민들이 생명과 재산을 잃지 않도록 출동에서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골든타임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앞에서 중대본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사고 초기 해경의 수색 및 구조작업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구조자 수를 대폭 정정하는가 하면 잠수사들의 선체 진입 여부를 놓고도 혼선을 빚었다. 현장을 관할하는 해경 지휘계통을 거쳐 마지막에 중대본으로 보고가 이뤄진 탓이다.

또한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다보니 지휘체계의 일관성이 흔들렸다. 결국 부실 초동대응은 구조작업에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 관계자는 “사고가 워낙 커 부처별로 계통을 거치다보니 중대본 중심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객선 부실관리 ‘고질병’=여객선 안전관리지침 등 각종 매뉴얼도 넘치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여객선은 선원법 시행규칙에 따라 10일마다 비상대응훈련을 해야 한다. 또한 여객선 운항관리지침에는 ‘운항 중 및 운항 후 점검’ ‘노후여객선 특별점검’ 등 각종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점검 주체는 대부분 선장이나 선사들이 모인 해운조합이 채용한 운항관리자여서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도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해경은 분기마다 1회 이상 운항관리자를 지도·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세월호 특별 안전점검에서 소방·구명정 훈련 및 비상대비 훈련실시 여부에 ‘양호’ 등급을 매겼고 조타기 정상작동 여부 등도 ‘양호’로 평가했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도·감독 권한이 해경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문제점 개선노력 역시 부족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는 2010년 ‘대형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체제 운영 개선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안전관리에는 선원 자질 향상이 우선이라고 분석했다. 해양사고의 80% 이상은 인적 과실로 발생하지만 선원 노령화 등으로 자질 향상은 쉽지 않다. 해운조합에 따르면 2012년 말 취업 선원(8269명) 중 30세 미만은 4.7%이고 50세 이상은 6309명으로 77%나 된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평소 규정된 훈련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력한 관리체제로 통제하지 않으면 사고 재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김현길 기자 jwchoi@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