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전문] 진도VTS와 세월호가 침몰직전 나눈 교신

기사승인 2014-04-20 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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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세월호가 침몰되기 직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세월호와 나눈 교신 내용이 20일 공개됐다. 진도VTS와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9시7분부터 9시38분까지 모두 31분간 교신했다. 진도VTS는 세월호가 침몰 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입도록 조치하라”라고 지시했다.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다급하게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하다”거나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며 끝내 특별한 조치도 하지 못했다. 승객들의 상태를 계속 물으며 탈출 결정을 내리라고 재촉하는 진도VTS에 대해 세월호는 “해경 구조대가 오는데 얼마나 걸리느냐”만 되물었다.

진도VTS가 세월호를 처음 호출한 건 오전 9시6분. 진도VTS는 다급하게 3차례나 세월호를 호출했다. 곧이어 9시7분 세월호가 응답했다. 답변이 오자 진도VTS는 “귀선 지금 침몰중입니까?”라고 상황을 확인했고, 세월호는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진도VTS는 인근을 항해하고 있던 국내외 선박에게 구조 협조를 부탁했고 9시10분쯤 다시 세월호를 불러 상황을 물었다. 세월호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진도VTS는 9시12분쯤 승선원(승객과 선원)들이 구조보트에 타고 있는지를 물었고, 세월호는 “아직 못타고 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9시14분쯤 진도VTS는 “현재 승객들이 탈출 가능합니까”라고 물었고, 세월호는 “배가 많이 기울어서 탈출이 불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9시17분쯤 진도VTS가 침수상태에 대해 묻자 세월호는 “선원도 라이프자켓(구명조끼)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확인도 불가능한 상태고 선원들도 브릿지(함교)에 모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빨리 와주시기 바랍니다”라고만 답했다. 이어 9시18분에 진도VTS가 “물이 얼마나 차 있나”라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그것도 확인이 안 된다. 이동이 안돼서 브릿지(함교)에서 좌우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벽을 잡고 버티고 있는 상태”라고 응답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임에도 선원들 상당수는 브릿지에 모여서 선실이나 승객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몇 분 후인 9시21분쯤 세월호는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습니까?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라고 다급하게 진도VTS에 물었고, 22분에도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9시23분 진도VTS가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니 방송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러자 진도VTS는 9시24분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가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라며 엉뚱한 애기를 늘어놓았다. 진도VTS는 다급하게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고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외쳤다.

진도VTS는 9시25분 다시 “선장이 직접 판단해서 인명탈출 시키세요”라고 세월호에 알렸으나, 세월호는 9시26분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라며 구조 가능성을 되물었다. 진도VTS가 9시27분 “1분 후에 헬기가 도착예정”이라고 전하자 세월호는 9시28분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가지고는 안될 거 같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세월호는 9시32분 당시의 선박 위치를 통보한 뒤 몇 분간 침묵했다. 9시37분에서 38분 사이 진도VTS가 침수 상태를 묻자 “침수상태 확인 불가하고 좌현으로 탈출한 사람만 탈출시도 하고 있는…,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이어 세월호는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진도VTS에 통보했다. 세월호와 진도VTS간 마지막 교신이었다. 세월호는 마지막 교신에서도 승객들의 탈출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신이 끊긴 직후 탈출 가능한 위치에 있던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박요진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