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선장 “죄송, 면목없다”… 선장은 2급항해사, 항해사는 3급

기사승인 2014-04-17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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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는 17일 “승객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실종자 가족과 승객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씨는 수척한 모습이었으며 답변하는 중간 중간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승객들을 놔두고 먼저 배를 빠져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해경은 이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전날 최초 사고 신고가 이뤄진 뒤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쯤 기관실에 연락해 승무원들을 대피하도록 했다. 하지만 승객에게는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만 반복해 큰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목격자들은 “선장이 1차로 도착한 해경 구조선에 올라탔다”고 주장해 선장의 본분을 잊은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또 국내 최대급 규모의 여객선 운항을 책임졌지만 1급 항해사가 아니라 2급 항해사 면허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나 적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2급 항해사 면허를 보유해왔고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법규에 따라 지난 2월 15일 면허를 갱신했다.

현행 선박직원법상 3000t급 이상 연안수역 여객선의 경우 2급 항해사 이상의 면허를 보유하면 선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씨의 2급 면허는 법적으로는 결격 사유는 아니다. 그러나 6825t급으로 대형인 세월호를 책임지기에는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객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2급 항해사가 1급 항해사에 비해 조종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소형 여객선도 아니고 국내 최대급 규모 여객선이라면 1급 항해사에게 선장을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씨를 2차 소환해 사고 당시 상황과 사고 원인, 긴급 대피 매뉴얼 이여부, 선원법 위반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해경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이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선원법, 선박매몰죄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씨는 전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목포해양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1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특히 해경 조사 결과 이씨가 사고 때 승객들을 놔두고 서둘러 배에서 피신한 내용이 확인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선원법 10조에는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과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도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박모(26) 3급 항해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항해사는 세월호에 투입된 지 5개월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가 한 달에 8차례 제주와 인천을 왕복하는 것을 감안하면 박 항해사의 세월호 운항 경험은 40회 남짓에 불과하다. 항해사는 조타실에서 조타수에게 키 방향을 명령하는 역할을 한다. 항해사의 지시 없이는 조타수가 타각을 변경할 수 없을 만큼 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특히 세월호는 침몰 당시 자동운항이 아닌 수동운항을 했다는 점에서 ‘초보’인 3등 항해사가 조타실을 맡기에는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