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어떡해, 아깐 다 살았다며!”… 절규하는 학부모들

기사승인 2014-04-16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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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아 어떡해. 아깐 다 살았다며!”

16일 오후 2시쯤 경기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을 태우고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으로 가던 단체버스의 위성 TV에서 이 학교 2학년 4반 정차웅군 사망 소식이 흘러나왔다. 처음 확인된 학생 사망자였다. 버스 안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오전 11시쯤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던 경기교육청 발표가 정부 공식 발표에서 번복되자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시끄러우니까) 에어컨 좀 꺼봐요!” “(TV) 볼륨 좀 키워요!” 학부모들은 혹시나 자녀 소식이 나올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군이 자신의 자녀와 같은 반인지 묻는 질문이 동승한 교사에게 쏟아졌다. 같은 반일 경우 함께 있었을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명단을 확인하던 교사는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학부모들도 잇따라 눈시울을 붉히면서 버스 안에는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오후 3시쯤 정부 집계의 혼선 탓에 생존자 수가 368명에서 180여명으로, 실종자 수가 107명에서 290여명으로 바뀌자 “아깐 100명이라며!”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어 교사가 학교에서 연락받은 2학년 1~6반 생존자 52명 명단을 불러줬지만 이 버스에 탄 학부모 30여명의 자녀는 없었다. 다시 한숨소리가 버스를 채웠다. 가족들은 “아직 7~10반 생존자 명단은 오지 않았다”며 서로 위로했다.

이들은 TV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손으로는 연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녀 이름을 입력해보며 생사를 확인하느라 애태웠다. 구조된 학생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TV에 나오자 혹여 자녀의 얼굴이 나올까 학부모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네가 형이잖아. 동생 만나면 제일 먼저 연락할게. 형이 울면 안 되지.” “아직 구조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데 별 탈 없을 거야.” 학부모들은 눈물을 글썽인 채로 다른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심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량이 주유소에 들르자 “빨리 출발하라”며 기사를 재촉했다. 사천휴게소에 들렀을 때도 다들 물만 조금 사올 뿐이었다.

이들을 비롯해 단원고 학부모 240여명은 오전 11시30분쯤 학교 측이 마련한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진도로 출발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