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 문제가 아니고 삶이 의미가 없어요”… 서서히 드러나는 ‘짝’ 출연자 죽음의 진짜 이유

기사승인 2014-03-05 2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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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문제가 아니고 삶이 의미가 없어요”… 서서히 드러나는 ‘짝’ 출연자 죽음의 진짜 이유

[쿠키 사회] 프로그램 촬영지에서의 출연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SBS 공개맞선 프로그램 ‘짝’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전모(29)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이 추가 공개되면서 프로그램 촬영에서의 갈등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 서귀포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5일 두 차례에 걸친 수사 브리핑에서 일부 유서내용을 공개하며 “현장에서 다툼이나 따돌림 등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경찰은 전씨가 지난해부터 다이어리로 써온 수첩에 남겨진 유서 형식의 메모 일부를 한글파일로 옮겨 공개했다. 이 메모의 마지막 장에는 “엄마아빠 너무 미안해. 그냥 그거 말곤 할 말이 없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 계속 눈물이 나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 정말 미안해요. 애정촌에 와있는 동안 제작진들에게 많은 배려 받았어요. 그래서 고마워 난 너무 힘들어 단지 여기서 짝이 되고 아니고가 아니고 삶이 의미가 없어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모두 미안해 고마웠어”라고 적혀 있다. 이 다이어리엔 애정촌에서 호감을 느끼게 된 남성에 대한 생각도 일부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동료 출연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날 A씨의 행적을 파악했다. 전씨가 사망하기 전날 저녁은 ‘짝’의 출연자 12명이 함께 모여 술을 겸한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출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씨가 촬영 초기에는 활기가 있었지만, 사망 전날에는 활기가 없었다고 한다.

회식에 참여한 전씨는 0시30분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잠시 테라스에 나갔다가 펜션 주위를 산책했다. 이후 그는 1시30분쯤 여성 숙소가 있는 펜션 2층의 화장실에 들어간 후 문을 잠그고 헤어드라이어 선을 샤워기에 묶은 후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출연자와 제작진은 전씨가 보이지 않자 찾아 나섰고 2층 여자 화장실이 잠겨 있고 물소리는 나지만 노크를 해도 인기척이 없자 동전으로 문을 열어 숨져 있는 전씨를 발견했다. 당시 전씨는 짝 출연자들이 입는 유니폼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강 과장은 “회식 자리는 자유 시간이었고, 출연자들이 카메라 없이 편안하게 모인 자리였다”면서 “출연자나 제작진 진술에서 A씨가 술이 과했다는 진술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펜션 내 설치된 카메라에서 전씨가 혼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가 다른 방에 가 볼펜을 빌린 뒤 화장실에 다시 들어가 문을 잠그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목 부위의 상처 외 다른 외상은 없고, 외부 침입도 없는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쯤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던 것은 맞지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출연자 간 다툼이나 따돌림 등 촬영 과정상의 문제도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우울증 여부에 대해선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우울증 진단 경력은 없지만 설사 우울증을 앓고 있다 할지라도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이어리에는) 함께 지낸 남성 출연자들 가운데 호감이 가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 간접적으로 언급돼 있을 뿐 그 외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고인이 촬영 초반부에는 인기가 높았고 호감을 가진 출연자도 있었으나, 후반부로 가며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는 제작진 측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강 과장은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 출입자가 없다는 점과 당시 많은 사람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자살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며 “정확한 사인은 수사 후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짝 출연자와 제작진 등은 지난달 27일부터 제주도 현지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며, 전씨가 숨진 이날 짝을 최종 선택하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전씨의 어머니는 “인터넷에 기사가 많이 나간 걸로 아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 터트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찰서를 떠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